6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쌓으며, 대전의 문화 발전을 선도해 온 대전중구문화원(이하 중구문화원)은 지역문화를 창조하고, 주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980년대부터 문화원과 인연을 맺어온 조성남 원장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강좌 개설 및 문화행사를 기획해 문화촉매 활동에 기여하고 있으며, 지역의 역사와 뿌리를 찾아 대전 중구의 문화정보를 지역주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보유 자료의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대전문화원의 정통성 잇는 중구문화원의 발전을 위해 지역문화에 바탕을 둔 원도심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하는 조 원장을 만나 문화원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향후 발전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고 박동규 원장의 뜻을 기리며 중구문화원과 인연을 맺다
조성남 원장은 대전출생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대전일보에 입사해 문화부기자로 활동하다가 88년 중도일보로 이직한 후 편집국장, 주필을 역임했다. 조 원장은 90년대 기자생활을 하던 중 인연을 맺었던 고 박동규 원장의 영향으로 중구문화원 원장직을 맡게 됐다고 회고했다.
“박 원장님이 이끄는 산악회원과 함께 지리산 등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산을 내려오고,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일행 한 명이 나타나지 않았죠. 다들 걱정하면서 머뭇머뭇하는 사이, 혼자 기꺼이 정상까지 올라 무사히 회원을 데리고 내려오는 희생적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분을 존경하면서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11~12대 원장을 역임한 고 박동규 원장은 세상을 떠나기 전 조 원장이 문화원장으로 추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 뜻을 이어 받아 2003년 문화원장으로 취임한 조 원장은 위기 속에서도 항상 박 원장의 희생정신을 기리며, 문화원 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아왔다. 특히 그는 문화동원사의 낡고 협소한 환경에 이전의 뜻을 갖고, 2009년 대흥동원사로 이전하는데 공헌했으며, 지역주민들의 문화의식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지난해 중구문화원 개원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전시를 열고, <사진으로 보는 대전문화 60년> 출판 기념회를 여는 등 대전문화의 맥을 잇는 의미 있는 행사를 가졌다. <사진으로 보는 대전문화 60년>은 그 어떤 자료보다 대전문화의 생생한 역사를 담아, 시민들의 과거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여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평을 받았다.
대전 문화의 산실 ‘중구문화원’
중구문화원은 지난 1953년 대전문화원으로 발족했으며, 지방자치제 실시에 따라 1994년 대전 중구문화원으로 개편됐다. 문화원은 선화동원사에서부터 1980년대 문화동원사로, 그리고 2009년, 지금의 대흥동 원사로 이전하기까지 숱한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해낸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원은 전쟁 후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창작활동의 무대가 되어 주었고, 문화예술의 명맥을 잇게 해준 공간이었으며 라디오 방송과 영화상영, 그리고 음악회 공연과 미술 전시회 등이 끊임없이 제공되던 문화의 중심이었다. 더불어 꿈 많은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서클활동을 통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했기에 대전의 문화예술의 꽃이자, 문화전도사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중구문화원은 지역의 다른 문화원과 달리 역사적 자료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대전문화원 발족 당시, 대전에 거주하고 있던 미국공보원(USIS)이 본국으로 철수하면서 기자재와 시설들을 인수받아 개원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당시 사용했던 시설도서와 영사기 등을 보유하면서 역사적 자료를 갖추게 되었다. 또한 초창기부터 문화원에서 종사했던 원장님들을 비롯해 직원들이 자료를 소중히 아끼고, 지켜온 것이 오늘날 많은 자료를 갖게 된 배경이 됐다”라며 자부심을 표했다.
지역문화 자료의 디지털화 작업 추진
“중구문화원이 1950년대부터 대전 문화의 구심적 역할을 해왔기에, 대전 지역 문화 활동 관련 각종 사진과 팸플릿, CD, tape 등 자료가 많습니다. 또한 약 15,000권 이상의 향토자료와 도서를 갖추고 있으며, 유명작가들의 작품도 보유하고 있지요.”
이러한 자료를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어야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한 조 원장은 보유 자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문화원 특성화 사업으로 자료의 DB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워낙 자료가 방대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예산부분이 충분치 못해서 사업을 한꺼번에 진행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인력지원이 필요합니다. 문화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화인들의 전문성이 절실한데, 인원이 적고 예산이 충분치 않아 사업들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애로가 많지요. 앞으로 문화원 예산이 확대되어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현재 진행 중인 자료 DB작업에도 속도를 높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향토문화 연구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중구문화원은 1987년도 ‘한밭의 옛 노래’라는 향토자료 1집을 발간한 후, 현재까지 15집의 향토문화연구자료집을 발간했다. 올해에는 문화원이 위치한 대흥동의 옛날이야기를 엮어서 ‘대흥동 이야기’라는 향토자료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다양한 행사 진행
문화원에서는 청소년들의 문화의식 함양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부터 청소년들에게 호국보훈의 중요성을 심어주기 위해 매년 6월 15일 대전국립현충원에서 ‘호국 백일장·미술실기대회’를 실시한다. 또한 가족의 소중함과 충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대전 뿌리공원에서 ‘효 문화 뿌리축제’를 열고, 효에 관련된 ‘뿌리 백일장과 사생대회’를 동시에 개최하고 있다. 더불어 중구문화원은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다양한 문화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보문산 춤과 음악이 있는 풍경’, 미술 공모전 ‘보문미술대전’ 개최, 매월 넷째 주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는 ‘중교로 차 없는 거리 토요문화마당’ 등을 주목할 수 있다. 이밖에도 원도심의 문화 소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전시립교향악단과 ‘우리 동네 해피 클래식’ 공연을 1년에 7회 열고 있으며, 올해 3년차인 이 행사는 매회 문화원 뿌리홀 공연장에 관중을 가득 메우고 있다.
“문화원은 지역주민들과 문화 생산자와의 촉매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일뿐더러,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죠. 따라서 문화원에서는 각 분야의 예술인들과 더불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문화학교’의 경우에는 서양화, 동양화, 서예 등 각 분야의 문화예술인들과 수강생들이 어울려 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문화예술인들과의 교류를 넓혀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의 대면 기회를 확대시킬 계획입니다.”
지역문화인들의 거버넌스 역할을 충실히 해야
지난해 60주년을 맞은 중구문화원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문화원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그는 “1990년대까지는 중구문화원이 대전 문화 활동의 구심적 역할을 해왔다. 이후 1993년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대전에 많은 문화기관들이 세워졌으며, 대전시립예술단이 창단됐고, 대전문화재단이 만들어지는 등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따라서 문화기관들 사이에서 문화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결론은 문화원이 지역문화인들의 거버넌스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라며 뜻을 밝혔다. 이어 조 원장은 “또한 더 나아가 문화원 나름의 특성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우리 중구문화원은 ‘원도심 활성화’라는 명제가 있다. 문화원을 주축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협력해 문화도시로의 발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도시가 되려면 문화자원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대전의 원도심이야말로 문화자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뿌리공원, 옛 충남도청, 대흥동 등 원도심이 가진 근대문화재를 잘 활용하고, 그 문화적인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보존과 개발이 조화되고, 그 의미를 확장하면 문화도시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구문화원은 대전문화의 살아있는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원도심 문화예술의 플랫폼으로서, 원도심에 산재한 문화예술인들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중추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더불어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협력해 중구민은 물론 대전 시민과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문화예술의 감동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창조의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전의 문화콘텐츠를 살린 원도심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는 조성남 원장. 그의 바람에 따라 지역특성을 살린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메카로 성장할 중구의 미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