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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뒷골목의 관능적 유혹

뮤지컬 <시카고> 디큐브아트센터 | 2014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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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록시).jpg

All That Jazz 최정원2(벨마).jpg

2000년 한국 초연 이후 매 시즌마다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가 9월 28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시카고>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에 이어서 7300회 이상 공연되며 브로드웨이 역사상 3번째로 롱런하고 있는 공연으로 그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올해로 10번째 시즌을 맞는 뮤지컬 <시카고> 한국 공연은 2000년 초연 이후 매 시즌마다 새롭고 진일보된 공연을 선보였고 2014년에도 그 흥행신화를 이어갈 것이다.
한국 공연 10번째 시즌을 맞는 2014년 뮤지컬 <시카고>는 파워풀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하는 배우 최정원이 벨라 켈리역으로 사랑스러움과 섹시함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아이비가 록시 하트역으로 출연한다. 이들은 각 배역에 단일 캐스팅 되어 환상적인 호흡으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농염한 재즈선율과 대중적 테마의 결합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의 근원을 따지려면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26년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쿡 카운티의 공판에서 영감을 얻은 ‘시카고 트리뷴’지의 기자였으며 희곡작가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쓴 연극 <시카고> (원제:A Brave Little Woman)가 그것이다. 이 작품의 열광적인 호평이 바탕이 되어 1927년 무성영화 <시카고>와 1942년 극중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록시 하트>가 연이어 제작되면서 빅히트를 쳤다. 왓킨스의 원작은 특정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날카로운 풍자와 위트를 지난 <시카고>는 언론과 사회의 속성에 대한 예지적인 시선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신화적 존재였던 밥 파시 또한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았다. 1975년 그는 존 캔더와 프레드 엡과 함께 20년대 격동기의 미국, 그 중에서도 농염한 재즈선율과 갱 문화가 발달하던 시카고의 어두움 뒷골목에 관능적 유혹과 살인이라는 대중적 테마를 결합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를 만들어내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위트 있는 가사와 재즈 특유의 농익음이 묻어나는 매력적인 멜로디 그리고 파시만이 표현할 수 있는 관능미 넘치는 안무는 이 작품의 진가를 확인시켜주면서 대성공으로 이어졌고 뮤지컬 <시카고>는 898회나 공연하며 70년대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뮤지컬로 손꼽히게 되었다.

시대상을 보여주는 이야기와 표현방식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던 1920년대 시카고. 거리엔 환락이 넘쳐나고 마피아가 지하세계의 돈으로 도시를 장악했던 시절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스타가 되길 꿈꾸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지만 당시에는 있을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뮤지컬 <시카고>에서는 위트 있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시가, 권총, 살인, 갱, 무법천지, 보드빌, 재즈, 애교 가득한 여성 등 20년대 시카고를 대표하는 상징물들이 뮤지컬 <시카고>에는 가득하다. 시종일관 어두운 20년대 미국의 현실에 국한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주제나 음악, 춤, 세트, 의상, 조명등의 표현방법은 현재 우리 한국의 이야기, 전 세계의 이야기로 해석해도 좋을 만큼 시사적이고 현대적이다. 등장인물들이 관객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는 등 서사극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살려내면서 여타 뮤지컬에서 보이는 치장이 많고 화려한 사실적인 세트가 아닌 단순한 세트와 강렬한 조명만으로 움직이는 연기자들의 춤, 연기와 드라마에만 자연히 눈과 귀를 모으게 하는 특별한 컨셉 뮤지컬 형식을 취한다. 

감미로운 재즈와 절도 있는 춤의 향연
작품의 메인 테마인 All That Jazz에서 보여주듯 뮤지컬 <시카고>의 음악은 재즈풍이 지배적이다. 작품의 배경이 1920년대 미국 시카고의 클럽이고 그 시대 시카고의 소위 대중가요가 바로 그런 클럽에서 연주되었던 재즈였기 때문이다. 14인조로 구성되어 있는 뮤지컬 <시카고>의 밴드는 튜바, 트럼펫 등의 미국적인 사운드를 표현하는 악기들로 편성되어 있다. 이들은 다른 공연과 달리 무대 정중앙에 계단형으로 위치하여 제2의 배우역할을 하며 극에 참여하기도 한다. 특히 지휘자가 익살맞게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 받는 모습과 막간에 연주되는 신나는 밴드의 애드립은 뮤지컬 <시카고>의 특별한 즐거움이다. 밥 파시에 의해 탄생한 <시카고>는 그의 독특한 안무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밥 파시 안무의 특이한 점은 그가 자신의 결점으로부터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 내었다는 점이다. 안장다리로 발을 바깥쪽으로 턴 아웃 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던 그는 오히려 그 결점을 이용하여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내었다. 또한 대머리였던 자신의 머리를 감추기 위해 이용했던 검은색 모자는 이제 그의 춤에서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소품이 되었다. 밥 파시의 춤은 심플하면서도 드라마틱하고 섹슈얼리티한 안무의 진수를 보여준다. 앤 레인킹이 1996년 재현한 뮤지컬 <시카고>는 밥 파시 스타일의 안무 중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인 벨마와 록시가 공연의 마지막에 함께 춤을 추는 'Hot Honey Rag'는 특히 밥 파시의 1975년 초연의 안무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더욱 눈여겨 볼만 하다. 그 외에도 화려한 의상 없이 심플하고 섹시한 의상을 입은 여배우들과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섹시한 남자 배우들이 보여주는 밥 파시의 절도 있고 관능적인 춤은 <시카고>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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