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이상철 의장은 투표대의원 103명 중 58명(56.3%)의 지지를 받아 의장에 당선됐다. 금융노조 제주은행지부 위원장을 지내며 인망을 쌓은 이상철 의장은 “한국노총제주도지역본부를 노동조합다운 조직으로 만들겠다”며 “살아있는 조직, 깨끗한 조직, 투명한 조직을 만들고 조합원의 권익향상과 노동조합 발전을 위해 중심에 서서 열심히 노력하겠고 당당한 사회경제적 주체로서 한국노총제주도지역본부의 위상을 정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스로 변하는 노총, 사회와 상생하는 노총
이상철 의장은 공약에서 ▲제주본부 위상정립과 신뢰회복 ▲여성위원회 활성화와 무료 법률상담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확대 및 조직확대 ▲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강화를 공약했다. 그는 “살아 있는 조직, 깨끗한 조직을 만들고 조합원의 권익향상과 노조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조합원과 함께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현장을 돌며 조직을 확대해 제주본부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까운 노동현실을 두고 개탄하는 한편, 제주도지역본부 조직에 강력한 변화의지를 불어넣을 것을 약속했다.
“노동현실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탄압과 친기업 정책기조는 강화되고 있고 고용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죠. 하지만 주변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현실을 극복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스스로 변화하고 개혁해야 합니다. 개혁약속과 조직혁신 노력은 결코 뒤로 밀려서도 안되고 중단해서도 안됩니다. 임기 내에 반드시 자주적 변화의 바람을 제주도지역본부의 정체성으로 확립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상철 의장은 인터뷰 첫마디부터 자체적인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그간 한국노총제주도지역본부는 노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거니와, 노총의 취지를 도민에게 알리고 명분을 홍보하는데도 소극적이었다”고 말하며 “앞으로는 한국노총제주지부를 더욱 널리 알리고 사회적인 활동에도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취지로 이상철 의장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팽목항에 헌화하는 등 이전과는 다르게 사회의 아픔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도내 다른 노동 단체와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제주-인천 직항노선이 폐지됐습니다. 비록 도의회에서는 조만간 화물선을 취항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항운노조는 직격탄을 맞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고통을 감내해야할 것임이 분명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아울러 지난 3일 전국 금융노조 총파업에 참여한 이상철 의장은 도민들의 은행업무에 차질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도록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제주의 대표적 금융기업으로는 제주은행이 있는데, 워낙 견실하기로 유명한 곳이라 저희로서는 제주은행노조의 파업 명분이 없습니다. 다만 이곳을 제외한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노조들은 복지 축소 및 관치금융·정경유착으로 노들은 선진금융을 선도하는데 발목을 잡히고 있으며 자신의 직무에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노총에서는 이를 개선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습니다.”
한국노총의 진심은 이렇건만, 정부는 오히려 관치금융의 나태한 관습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어 금융노동자들의 공분을 하고 있다. 이상철 의장도 “직원들의 복지 액수를 몇 푼 줄인다고 금융산업이 정상화 되겠는가. 오히려 정부의 일방적인 낙하산 인사 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노동자는 영원한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두 번의 삭발…누구보다 제주 현안에 적극적이었던 노동지도자
이상철 의장은 본인과 노조원들의 밥그릇만 생각하는 노동꾼이 아니다. 그는 제주도 전체의 성장을 바라며 노·사간 상생을 바라는 진실된 노동운동가다. 특히 제주지역본부를 널리 알리고 각계 시민단체와 연계해 노동자들의 피끓는 현실을 도에 알리고 태도변화를 이끌어오는데 헌신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연계원칙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임기 시작이라 미약합니다. 어쨌거나 제주지역본부의 존재감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아직 시간은 많이 있고, 저와 조직원들의 열정도 이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생의 투쟁을 이어가며 기업과 노동자가 모두 행복한 제주도를 만들도록 일조하겠습니다.”
기자가 본 이상철 의장의 첫 인상은 반듯한 정치인이나 관료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제주은행노조위원장 당시 두 번에 걸쳐 삭발식을 진행하는 등 투쟁 일선에서 필사의 각오로 싸워온 ‘외유내강’형 지도자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노동운동에 대해 환상과 꿈이 있었습니다. 물질로 3남 1녀를 키워내신 어머니 슬하에서 어려운 유년시기를 보낸 저는 자연스럽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바라게 됐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순진함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진급을 포기하고 제주은행에서 노동쟁의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겠죠. 많이 고단하지만 저는 지금 걷고 있는 길이 행복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러한 순수한 열정을 주변에서 인정한 것일까. 전국 의장들 중 가장 젊은 이상철 의장을 제주도 노동자들은 믿고 지지했다.
“제주은행노조위원장을 재선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노동운동은 엘리트 주도가 아닌, 조합원들 전체와 함께 추구해야한다는 것도 깨달았죠. 이에 저는 13개 산별조직을 관리해 적극적인 마인드를 불어넣고, 이들과 함께 젊은 제주지역본부로 거듭나도록 할 것입니다.”
노동쟁의와 함께 봉사에도 충실
이상철 의장은 가장 보람됐던 기억으로 ‘제주은행봉사단’을 꼽았다. 조합원들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찾아 장학금을 전달하고 위로하곤 했는데, 조합원 가족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강경한 노동쟁의 끝에 쟁취한 합의안보다 더 큰 기쁨을 경험했다고 한다. 당시의 기억을 생생히 기억하는 이상철 의장은 지금도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 것을 추구한다.
또 그는 제주은행노조위원장직의 3선을 과감히 포기하고 후배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양보하기도 했다.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노조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만약 제가 기득권에 안주한다면, 후배들이 그만큼의 기회를 포기해야하기에 제가 양보했습니다.”
이제 더 큰 관점에서 도내 노동쟁의의 전체를 총괄하게 된 이상철 의장. 항상 도 관계자와 기업인들과 접촉하면서 ‘지역과 상생하는 노조’로서 패러다임을 바꿔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합원은 가족처럼, 기업인은 동반자로, 행정당국은 조력자로 포용하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미래지향적 노동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상철 의장에게서 남다른 식견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이상철 의장은 무분별한 중국자금 난입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제주도와 함께 정책적으로 싸워나갈 뜻을 밝혔다. “중국자본이 건물들을 매입하고 있고, 정작 제주도의 주인인 도민들이 높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강한 어조로 중국자본을 비판하는 이상철 의장. 항상 의리를 강조해온 그인 만큼, 평생을 함께해온 제주도민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외부 자본에 대해 대처해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 그의 과감한 행보와 변화의 발걸음을 기대해본다.
이문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