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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조의 모순에서 비롯된 시민계급의 비극

뮤지컬 <보이첵> LG아트센터 | 2014년 10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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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이첵>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다. 11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세계 초연되는 뮤지컬 <보이첵>은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제작자이자 연출가 윤호진이 지난 8년간 준비해온 글러벌 프로젝트이자 LG아트센터가 처음으로 공동 제작에 나선 뮤지컬이다. 게오르그 뷔히너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 로인스(Singing Loins)가 극본과 작곡을 담당했다. 독일의 천재 작가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 <보이첵>은 연극, 무용, 오페라 등 여러 장르로 다양하게 해석되어 공연되어왔지만 대형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이다. 작품의 주인공 보이첵 역에는 뮤지컬 배우 김다현과 김수용이, 여주인공 마리 역에는 김소향이, 군악대장 역에는 김법래가 각각 캐스팅됐다.
뮤지컬 <보이첵>은 <명성황후>와 <영웅>을 통해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역사를 써내려온 윤호진 연출의 글로벌 프로젝트다. 윤호진 연출은 2003년 <명성황후> 북미 공연을 통해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만든 한국어 뮤지컬로는 해외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세계인과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뷔히너의 희곡 보이첵을 뮤지컬화하기로 결심했다. 윤호진 연출은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여러 극장과 프로듀서들을 접촉했고 비영리 공연을 주로 제작해 온 유서 깊은 그리니치 극장에서 관심을 보였다. 2007년, 극장 측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오디션 형태로 창작진을 공모했고 총 50여 팀이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이 중 1차로 선발된 세 팀은 <보이첵>의 극본과 메인 테마곡을 만들어 2차 심사를 받았고 최종적으로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 로인즈(Singing Loins)가 발탁되었다. 

숨겨진 인디밴드의 발굴
‘싱잉 로인즈(Singing Loins)는 영국 내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에 가까운 인디밴드이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펍에서 노래를 부르는 전형적인 노동자 계층으로 구성된 밴드였다. 하지만 정규 음악 교육 조차 받은 적이 없는 그들이 만든 음악에는 보이첵의 강렬한 정서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소설과 시집을 발표할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유한 밴드의 리더 크리스 브로더릭은 보이첵과 마리의 비극적인 헌신과 사랑을 중심으로 한 인상적인 대본을 집필했고, 밴드의 또 다른 멤버 롭 셰퍼드는 크리스와 함께 서정적이며서도 감동적인 음악을 완성해냈다. 이들이 만든 극본과 음악은 웨스트엔드 유명 음악 감독 나이젤 릴리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한편 뮤지컬 <보이첵>은 런던에서 두 차례 워크숍을 통해 조금씩 숙성되어갔다. 2008년 5월 첫 번째 워크숍 공연 이후 수 차례의 수정 과정을 거쳐 2012년 6월 29일 영국 런던 도심의 채링 크로스 극장에서 <루비 목걸이>라는 제목으로 2차 워크숍 공연을 가졌다. 2차 워크숍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을 연출한 매트 라이언과 음악감독 나이젤 릴리 등 유명 스태프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는데 공연 후 웨스트엔드 프로듀셔들로부터 신선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뮤지컬이라는 호평을 담았다. 2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장편 뮤지컬로의 가능성을 발견한 윤지호 연출은 본격적인 세계시장 공략에 앞서 한국 관객들에게 <보이첵>을 먼저 선보이기로 계획했다. 이를 위해서 영어로 쓰여진 원작은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었고 <보이첵>에 적합한 한국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김다현과 김수용 보이첵 역으로 낙점되다
작품의 주인공 ‘보이첵’은 사랑하는 여인이 세상의 전부인 순수한 남자였지만 생체실험으로 서서히 황폐해가던 중 아내의 부정을 알고 분노와 처절함에 휩싸여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인물이다. 순수함과 광기를 모두 지닌 이중적인 캐릭터로 극과 극을 오가는 보이첵의 미묘한 심리 전달은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보이첵’ 역에는 김다현과 김수용이 캐스팅되었다. 뮤지컬 <라카지>, <헤드윅>, <프리실라> 등에서 부드럽고 여성스런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아 왔던 배우 김다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고 자리 매김한 김수용은 윤호진 연출에게 보이첵 이미지 그 자체라고 평가 받은 배우로 이번 공연을 통해 그 어때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여주인공 ‘마리’역에는 2013년 브로드웨이 <미스사이공> 공연의 ‘지지’ 역으로 발탁되어 화제를 모았던 배우 김소향이 캐스팅되었고 ‘마리’를 유혹하는 ‘군악대장’ 역에는 <삼총사>, <보니앤클라이드> 등 대형 뮤지컬에 꾸준히 출연해 온 베테랑 배우 김법래가 출연한다.

천재 작가의 미완성 명작
희곡 <보이첵>은 1837년 24세의 나이로 요절한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가 남긴 희곡이다. 초고 단계의 미완성 희곡으로 남아있던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 작가 프란초스에 의해 해독되어 1879년에서야 처음 발표되었고 이후 독일 문학 사상 가장 많이 공연되고 가장 영향력이 큰 희곡 중 하나가 되었다. 1820년대 독일에서 실제 일어난 살인 사건을 극화하여 환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그린 이 작품은 무대 공연 역사상 최초로 프롤레타리아트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으며 부조리극의 시초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과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력 있는 상징 때문에 세계 연출가들이 사랑하는 희곡 중 하나로 다양하게 해석되어 공연되어왔지만 상업 뮤지컬로 제작된 적은 없었다. 원작은 사랑하는 여인 마리와 아들 알렉스를 키우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주인공 보이첵이 전통 사회의 가치관과 계급사회의 부조리함 속에서 멸시당하고 종국에는 광기에 사로잡혀 스스로 파멸해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뮤지컬 <보이첵>도 사회구조의 모순에서 비롯된 시민계급의 비극이라는 원작의 주제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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