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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 대하여

아카데미 시상식 | 2015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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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영향력이 있는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이 미국에서 있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200여 나라에서도 중계됐다. 올해로 87회를 맞는 이 영화상 시상식은 1928년에 처음 시작됐다. 이후 미국에서 텔레비전의 에미상, 연극의 토니 상, 음악 부문의 그래미상 등이 아카데미 상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졌고, 다른 나라의 영화상 시상식의 관행도 아카데미상을 본 따서 만들어졌다. 영화는 시청각 오락예술매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관련된 행사의 기본 형태를 만들었다는 면에서 역시 다른 대중문화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게 해준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만들어지기 1년 전인 1927년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싱어>가 공개됐다. 그 다음해인 1929년에는 경제대공황이 발생했다. 즉, 영화는 기술적으로 진일보했고 사회적으로는 비교적 저렴한 대중오락이 됨으로써 역설적으로 번영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아카데미 상은 영화의 공로를 인정하고 이를 대중매체를 통해 알림으로써 영화가 더 이상 저급한 오락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초기에는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수상 결과가 보도됐지만 1953년부터는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됐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됨으로써 아카데미 시상식은 세계적으로 미국영화 또는 미국에서 개봉된 할리우드 메이저 자본이 개입된 영어권 영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문화적 행사가 됐다. 아카데미상은 미국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AMPAS)라는 단체가 주관하고 한 해 동안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Award)이다. 따라서 별도의 프로그래머나 프로그램 심사위원회가 출품작이나 상영작을 선정하고 시상하는 경쟁 또는 비경쟁영화제(Film Festival)가 아니다. 만약에 이 행사가 국제영화제였다면 굳이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즉, 비 영어권 영화)라는 부문이 있어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카데미상에서 특별히 본받을 만한 꼭지가 있다면 그것은 그 해에 유명을 달리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비단 영화배우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연출자, 제작자, 제작 스태프 등, 영화 산업에 종사했던 회원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동업자 정신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이 점은 본받을 만하다. 자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다가 세상을 떠난 동료 영화인들의 추모를 이런 기회에 하지 언제 한단 말인가. 각 부문의 수상자 선정은 위의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를 합산해서 정한다. 우편이나 온라인으로 회원들에게 투표용지가 전달되면, 회원들 역시 우편으로 투표결과를 송고하거나 온라인 투표를 한다. 그런데 아카데미 회원들은 연기 분과에 속한 회원들은 주연 배우와 조연 배우 부문에 투표를 하고, 연출 부문은 감독회원들, 각 제작 부분은 각 분야의 회원들이 투표를 한다. 작품상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들은 대체로 그 부분의 동료 회원들이 투표를 해서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작품상은 전체 회원이 투표를 하고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 외국어 영화상은 별도의 심사위원을 선정한다. 아카데미상 후보를 선정하는 시기가 되면 미국 영화 산업계의 소식지인 <버라이어티>나 <할리우드 리포터>에 후보 물망에 오른 영화 배급사가 전면 광고를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개별 부문에서 자기네 영화에 출연하거나 작업에 참여한 영화인을 지지해달라는 캠페인 광고인데, 이쯤 되면 이것은 심사가 아니라 마치 선거 캠페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을 말할 때 ‘지지해준 아카데미 회원들께 감사한다’라는 표현을 넣는데, 이 말은 예의상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자기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시상식이 다가오면 어느 작품이 얼마나 많은 상을 받고 작품상을 받을 것이냐 라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그런데 많은 부문에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다고 해서 반드시 작품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 작품상을 받은 작품들을 보면 최소 작품상 포함해 3개 부문 정도에서 수상을 했는데, 이때 작품상과 유기적인 관계가 큰 부문은 각색상이나 각본상 부문이다. 각색상, 각본상을 받지 않았어도 작품상을 받은 경우는 <글래디에이터>(2000), <시카고>(2002),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4), <아티스트> (2011) 정도였고, 나머지 11개 수상작은 각색상이나 각본상을 함께 받았다. 즉, 시청각적인 기술의 탁월함보다는 극적 구성이 뛰어난 작품들이 작품상을 수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우수작품상을 극영화에만 한정함으로써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타리나 애니메이션이 작품상 후보에 오를 기회는 없어져 버렸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가 1991년에 작품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지만 2001년부터는 장편애니메이션 부분이 생겨서 별도로 시상한다. 이렇듯 아카데미는 약간의 변화는 수용하되 여전히 실사영화 중심, 미국의 백인중년층 남성 중심의 패러다임을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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