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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그려내는 미소와 소통의 세계

커버스토리 고원 유현병 작가 | 2015년 06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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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병 작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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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古原) 유현병 작가의 그림 속 동자승의 미소는 보는 이를 저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고 했던가. 기자가 만난 유현병 작가도 동자승의 천진(天眞)함을 가진 행복한 예술인이었다. 유 작가는 문인화(文人畵)로 웃음과 휴식을 선물하기 위해 지금도 붓을 잡고 쉼 없이 창작을 하고 있다. 
그림은 예술의 꽃이며, 때로는 시대 그 자체를 나타내기도 한다. 유 작가의 그림 속 천진난만한 동자승들은 우리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 문인화의 대가 유현병 작가를 만나 그림 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상에 태어나 반갑고~ 좋은 인연 모두모두 고맙고~ 노래하는 내 인생 기쁘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고원 유현병 작가의 화실에 때 아닌 노래가 구성지게 퍼졌다. 유 작가가 존경해마지않는 장사익 선생의 노래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였다. 노래를 조용히 음미하던 기자도 어느새 유 작가의 행복론에 교화(?)되고 말았다.   
“장사익 선생의 노래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는 제 이야기,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기를 만나서 반갑고, 친구들에게 고맙고, 하고 싶은걸 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을 언제나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불교의 무재칠시(無財七施) 중에서도 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로 덕을 베푸는 ‘화안시(和顔施)’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문인화를 통해 행복을 대중에게 전하기 위해 동자승의 미소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현병 작가는 회사생활과 작품활동을 병행하며 밤마다 예술혼을 쏟은 결과 유 작가만의 작품세계를 확고히 하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우수상, 대한민국문인화휘호대회 최우수상, 대한민국통일서예미술대전 통일부장관상, 국토해양문화예술축제 우수작가상, 한국전통문화예술협회 우수작가상 등 영광의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 작가가 자주 펼쳐본다며 기자에게 보여준 손때 묻은 명심보감의 구절, 불천노 미상노(不遷怒, 未嘗怒: 화를 옮기지 않고, 일찍 화를 내지 않는다)는 어떻게 그가 행복한 예술인이면서 동시에 성공한 사회인이 될 수 있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문인화에 표정을 짓다
유현병 작가가 20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직장생활과 병행하는 피곤함도 잊은 채 3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변하지 않는 자세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문인화에 대한 사랑이다.   
“문인화는 그 가치에 비해 전시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작가와 소통을 하거나 그림에 대해 무엇인가를 발견하려면 멈춰서 감상을 해야 하는데 그 발걸음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하다 시작한 것이 문인화에 표정을 짓는 작업이었습니다.”
문인화가 소외당하는 세태가 안타까웠던 유 작가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문인화에 표정을 넣기 시작했다. 그 표정이란 곧 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뜻한다. 바로 문인화를 통한 소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한시로 대표되는 문인화가 아닌 한글을 이용한 문인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쉽게 꺼내 대중과 본격적인 소통을 하기로 한 것. 예술은 결국 소통이다. 어쩌면 이것이 예술과 대중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어 유 작가의 문인화가 대중과 하모니를 이루게 된 것일 지도 모른다.     

문인화는 소통이다
“제가 그린 문인화 중에 ‘삼십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나 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은 날 보고 백수라 부르지’ 혹은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와 같은 노래 가사를 화제로 담은 작품이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문제시 되는 내용들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현대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치유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문인화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역시 문인화와 정다운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유 작가의 조부는 유학자였다. 유 작가가 기억하는 조부는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책상에 앉아 있는 전형적인 선비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가풍은 유 작가가 붓을 자연스럽게 가까이 하는데 밀접한 영향을 주었고, 그렇게 인연을 맺은 붓과 문인화는 어린 시절부터 유 작가의 정다운 친구였다. 유 작가는 문인화가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정다운 친구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작가가 화안시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진솔한 작품을 통해 미술에 대한 대중의 벽을 허물어트림과 동시에 문인화의 보급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먹향으로 마음을 바로세운다
유 작가는 문인화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문인화가 교육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인화를 그리면 사람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문인화를 통해 마음이 정화되고 예의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인화는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붓을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면 언제가 어린이의 순수함을 닮은 세상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문인화를 그리면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향수나 화장품은 사람을 들뜨게 하지만 먹향은 사람을 차분하게 하기 때문이죠.”   
유 작가는 그림의 기술보다 그림을 그리는 마음을 더 중요시 했다. 즉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그리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좌우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유 작가는 기신정 불명이행(其身正 不命而行), 즉 바르게 행하면 명령을 하지 않아도 따르게 된다는 말로 화답했다. 모방을 넘어 자신만의 것을 창조하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하며 문인화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유 작가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유 작가는 밝은 세상을 위해 앞으로 세계의 모든 미소를 문인화 속에 담고 싶다고 했다. 그의 그림을 감상한 이후의 세상은 이전의 것과 달랐다고 하면 과장일까. 기자역시 그림 속 동자승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통해 잠시 극락을 맛보았는지 모를 일이다. 유현병 작가는 문인화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 유 작가의 붓이 환하게 웃는다.  이양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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