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의 유명한 건축 비평가인 존 러스킨(John Ruskin)은 말했다. “건축은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하는 예술이다. 왜냐하면, 건축은 사람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건축은 시대와 지형에 따라 그때그때 살아가기 적당한 형태를 가졌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의 가치관과 취향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건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살아있는 역사’이며 ‘삶을 담는 큰 그릇’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실정에 맞는 삶을 담기 위해 추구해야 할 건축은 어떤 것일까? 얼마 전 후암동 협소주택으로 주목을 받은 공감도시건축의 이용의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의식주(衣食住)’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양식이다.
집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주거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보다 가치 있는 공간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변화를 주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건축가들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 ‘건축학개론’, ‘신사의 품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건축을 내용으로 다룬 영화와 드라마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건축이 재조명되었고,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주인공 장동건과 김수로가 건축가로 나오면서, 건축이 많은 조명을 받았다.
그렇다면 건축가는 무엇일까. 건물을 건축할 때 계획을 세우고 설계를 하며 감독하는 사람을 공식적으로 건축가라 부른다. 즉 연주자 한 명 한 명을 건축의 한 분야라고 한다면, 건축가는 이를 총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이라 볼 수 있다. 지휘자가 악기들의 소리를 조화롭게 만들어내듯, 건축가도 건축의 모든 부분을 조율해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나에게 꼭 맞는 공간을 만들어줄 전문가를 찾아 헤매는 이유다.
꿈꾸는 공간을 실현해주는 마술사
6월 중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안국동. 멋스러운 벽돌 건물들 사이에는 이용의 건축가가 대표로 있는 ‘공감도시건축’이 자리 잡고 있다. 공감도시건축 사무실에서 만난 이 소장의 첫인상은 온화했다. 공감도시건축의 간단한 소개에 대해 묻자 “공감도시건축은 도시 속에서 이루어지는 건축들을 다르게 공감할 수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부분들을 디자인으로 풀어보고자 만든 이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고등학교를 건축과로 졸업하고, 대학도 건축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건축에 관심이 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었다. 당시에는 취업이 잘 되는 기계나 건축계열을 많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가 건축가의 길을 걸은 지도 14년이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 좌절했던 적이 없을 리 없다. 이 소장은 대학 졸업 후 건축가로서의 직업에 회의감이 들 때쯤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태국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봉사단으로 활동하면서 ‘내가 하는 일이 여러 사람을 도와주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이니 직업으로 계속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 집을 짓는다는 것이 20~40대에 열심히 살다가 내 모든 것을 모아서 짓는 것이지 않나. 내가 그런 부분에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소장이 생각하는 ‘건축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 되라’이다. “건축가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직업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헤아려야 하고 소통할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협소주택, 라이프스타일 반영한 최적의 공간
공감도시건축은 얼마 전 후암동 협소주택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왜 내 땅에 내 집이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에게 맞는 동선과 디자인을 반영한 최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협소주택이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도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삶의 주체이기도 하고, 그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그것이 가진 한계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서 풀어보고자 협소주택이라는 프로그램에 접근하게 됐던 이유다.” 그 결과 협소주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내 집 짓기를 꿈꾸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협소주택이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음은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이 소장에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그는 “나의 최종 목표는 간단하다. 계속해서 집을 지으면서 지내고 싶다. 고객들이 원하는 맞춤 건설을 제공해 자신만의 공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과거에는 예쁜 것을 보고 예쁘다고 했다면 이제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삶의 내용도 고려해야 한다. 예쁜 집이 좋은 집이라고 할 수 없다. 본인이 생활하기에 편해야 좋은 집, 예쁜 집이 될 수 있다. 이 소장은 오늘도 편하고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도시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 배경이 되는지를 생각한다. 그의 건축에는 사람과 삶을 소중히 하며, 소통하려는 그의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박초희 기자
공감건축사무소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63-1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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