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대하소설이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천만 독자에게 사랑 받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아리랑>이 오는 7월 16일부터 9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일제강점기, 파란의 시대를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투쟁의 역사를 담아낸 이 작품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선보인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한일합방을 앞두고 김제군 죽산면에 사는 감골댁의 아들 방영근은 빚 20원에 하와이에 역부로 팔려간다. 그 무렵 일본인들의 조선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하시모토와 쓰지무라는 죽산면 일대의 땅을 모조리 차지하려는 야심을 품는다. 백종두 장덕풍 등은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 친일과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자들이다. 반면 개화사상을 지닌 양반 출신 송수익, 신세호 등은 외세에 대항해 의병활동을 전개하고 승려인 공허도 의병항쟁에 뛰어든다. 송수익은 항쟁 중 부상을 당해 공허의 안내로 암자에게 치료를 받게 되고 이때 송수익이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한편, 일본의 앞잡이가 된 양치성은 신분을 숨기고 송수익의 행방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수국이를 협박해 강제로 동거를 한다. 그러던 중 만주에서 일본토벌대의 조선인 살육이 자행되면서 양치성의 농간으로 감골댁도 비참하게 죽고 만다. 이러한 시대의 암울함 속에 3.1 운동의 소식이 들려온다.
뮤지컬 <아리랑>은 한 가족을 통해 본 그들과 얽힌 사람들의 끈질긴 생존과 투쟁, 이민사를 통해 본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작품 속에서 ‘아리랑’은 민족의 노래이자 식민지 시대의 애국가로, 긴 호흡으로 이어진 시간을 관통하며 다양하게 변주되어 불려지며 한을 더하고 눈물과 웃음을 덧입힌다. 원작자인 조정래 작가는 “우리 역사는 지울 수 없고, 지워서도 안 된다. 식민지 지배 하를 극복하고 살아냈던 그것이 바로 민족 정체성의 뿌리이고 핵심이다. 그래서 나는 여러 장르를 통해 우리 역사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아리랑’을 뮤지컬로 제작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소망의 한 부분이 이뤄져 매우 기뻤다. 민족적 증오와 울분에 공감하고, 우리 선조들의 힘든 인생사를 통해 눈물 흘리게 하는 그런 작품이 탄생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리랑’이어야만 한다. 과거를 보지 않고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풍요는 선조들이 버텨내고 지켜내며 뿌려온 씨앗이다.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은 파란과 곡절이 많았던 일제강점기, 그 때 우리의 터전과 민족의 신념을 털어내고 던져 버렸다면 결코 지금의 우리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 자명한 진실의 역사속 민초들의 삶에는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선택해야만 했던 극적인 순간의 연속이 있다. 뮤지컬의 문법을 통해 그 점을 온전하게만 드러내 보인다면 그것은 성공한 작업이 될 것이다. 우리에겐 좋아도 불렀고 슬퍼도 불렀던 노래, 쫓겨간 만주에서도 불렀고 하와이에서도 불렀던 노래, 새 생명이 시작될 때도 불렀고 생명이 한 줌 재로 떠날 때도 불렀던 ‘아리랑’이 있다. 그렇게 ‘아리랑’은 우리 국민의 삶과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다.
뮤지컬 <아리랑>은 그렇기 때문에 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인조 정통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감동을 선사할 뮤지컬 <아리랑>의 음악은 전통적인 요소들을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뒀고 다양한 변주와 반복이 주는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 등 전통 서양 악기에 해금과 북을 덧입혀 만든 <아리랑>만의 음악세계는 우리의 전통을 극 안에서 감동적으로 체험하도록 했다. 극 중에서 ‘아리랑’은 총 3종류가 쓰이며 관객들에게 친숙함과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신 아리랑의 각종 변형과 진도 아리랑, 강원도의 아리랑을 포함하여 작곡가 김대성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아리랑>의 50여곡의 음악들은 관객의 뇌리에 남아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또 눈여겨 볼 것은 무대이다. 뮤지컬 <아리랑>은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만큼 30장면이 넘는 씬 체인지가 이뤄진다. 흙벽으로 발린 전통 서민가옥에서 모티브를 얻은 무대는 삶의 터전과 길을 표현하는 미니멀하면서도 확 트인 무대로 관객을 안내한다. 30장면을 담아야 하기에 무대는 첨단 오토메이션 시스템을 사용하여 전환을 위해 극의 흐름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했고, 인물들의 역동적 움직임을 위해 트레블레이터를 적극 사용, 시종일관 무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뮤지컬 <아리랑>의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그 어느 때라도 진실과 본질은 진부하지 않다. 절대 슬프지 않은 아리랑을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슬픔을 딛고 압도하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관객들은 뮤지컬 <아리랑>을 통해 그동안 잊고만 있던 감격을 다시금 맛보게 될 것이다”고 연출의 각오를 전했다. 뮤지컬 <아리랑>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운명처럼 이끌릴 수밖에 없다. 무대 위의 배우, 무대 뒤의 스태프, 무대 앞의 관객까지, 모두 한 마음으로 ‘아리랑’을 노래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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