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3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항일전쟁·반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를 참관했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에 대해 일각에서는 60여년전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의 열병식 참관과 비교해 ‘격세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과거 6.25 전쟁에 참전해 우리와 싸웠던 중국이 이제는 북한보다 한국을 더 가까운 나라로 인식하게 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박 대통령이 이날 열병식을 참관한 망루는 60여 년 전 1954년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 주석과 주더 인민해방군(PLA) 총사령관 등과 중국 건국기념 열병식을 지켜보며 혈맹 관계를 확인하던 그 자리다. 김일성은 이후 1959년 열병식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금 북중 관계는 김일성의 손자인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갈수록 소원해지는 상황인 반면,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과거 어느 때보다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일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 양국 국민은 식민침략에 항쟁하고 민족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단결하고 서로를 도왔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지난 세기 양국이 함께 겪은 환난지교의 역사가 오늘날 양국 우의의 소중한 토대가 되고 있다”고 했다. 두 정상은 북한을 겨냥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이 소원해질 가능성을 이유로 한중밀월을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주장을 제기한다. 물론 미국이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초석을 세운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안보에 결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도움을 준 혈맹임은 분명하며, 앞으로도 이 사실은 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를 외면할 수 없기에 중국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필요가 있으며,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을 잇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잇는 가교로서 역할을 맡아야할 것이다.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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