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찬란했던 조선이 부활한다. 올해로 52회를 맞이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수원화성문화제가 오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한글날이 포함된 황금연휴에 개최된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수원화성문화제는 비운으로 운명을 달리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러가는 220년 전 정조대왕의 을묘년 화성원행을 재현하는 수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 전통축제이다.
초기의 단순했던 문화제에 문화적 요소를 가미한 것은 1985년 제22회부터이다. 정조의 부친이었던 사도세자, 곧 장헌세자의 묘를 양주 영우원에서 수원 화산의 현륭원으로 천장하고 화성행궁을 설치한 사실을 근거 삼아, 효심을 문화제의 중심 사상으로 도입한 것. 현재도 수원을 효의 고장이라고 알리는 근거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화성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정조가 사도세자를 천장한 후에 화성행궁과 함께 축조하였다. 정조 18년 2월 채제공의 주관으로 공사에 착수하여 1796년 9월에 완공하였다. 화성은 우리나라 18세기 성곽 문화의 중심 유적이라 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당당히 지정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원화성문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바로 정조대왕 능행차를 재현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행차 행렬을 문화제 기간 동안에 보여준 바 있으나, 현재와 같은 대형의 능행차 행렬을 추진하게 된 것은 1996년 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하면서부터다. 원래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의 반차도에 따르면 이 행사에 동원된 사람은 약 5,661명이며 말이 1,417필이었다. 현재 재현되고 있는 정조대왕 능행차에서는 4,000명 정도가 조선시대의 의상과 소품들을 그대로 착용하고 출연하여 당당한 위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수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축제 분위기를 고취시키고 있다. 행차는 서울에서 내려올 때 수원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지지대고개에서 출발하여 노송 지역과 장안문을 거쳐 팔달문에서 끝난다. 이와 같은 대단위 가장행렬의 모습은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특히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제적인 관광 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수원화성문화제는 작년에도 성황리에 축제를 마쳤다. 무려 85만명이 운집하여 수원화성문화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증명된 가운데 ‘모두가 왕이 되는 곳’이란 의미의 ‘왕의 놀이터’ 콘셉트로 진행되어 관광객 모두 조선시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작년 수원화성문화제의 하이라이트 역시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었다. 2013년 50회를 맞이했던 수원화성문화제는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더욱 웅장하고 장엄한 능행차를 기획했다. 그리하여 정조대왕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 그리고 1천500여명의 군사와 신하들, 70여필의 말이 참여하여 조선시대 왕실의 행차를 실감나게 재현해냈다. 이어 능행차 후미에는 시민, 단체, 기업, 해외관광체험단 등 25개팀 1천 400여명이 참여하는 대형 시민퍼레이드와 함께 왕의 귀환을 환영하는 해외전통예술단, 길마재 줄다리기, 저글링, 비보이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전야제 일환으로 정조대왕 · 혜경궁 홍씨 선발대회를 열어 대중의 폭발적인 참여와 관심을 유도해냈다. 이와 함께 궁중의상을 입고 비밀을 찾아내는 스토리텔링 런닝맨 ‘추적! 행궁 미스터리를 풀어라!’를 비롯,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알고 보면 The 재미있는 史 극영화’, ‘짚신신고 수원화성걷기’, ‘수원천 등불축제’, ‘화성골든벨’ 등을 선보이며 풍성한 볼거리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수원화성문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에는 가무악희를 주제로 축하연과 화려한 불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개·폐막 행사와 총인원 1,000여 명, 말 70필이 참여해 긴 행렬을 이루는 ‘정조대왕 능행차 퍼레이드’, 그리고 조선시대 가장 화려한 궁중연희로 손꼽히는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 재현행사’ 등이 있다. 또한 이번 수원화성문화제는 지난해에 이어 단순 관람형 축제에서 탈피해 관람객이 직접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 공감하고 소통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행궁광장에서 펼쳐지는 ‘신명난장! 대동놀이’와 폐막식을 장식할 ‘폐막난장’에서는 축제를 찾은 시민 모두가 함께 하는 대동놀이가 진행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수원화성을 거닐며 깜짝 등장하는 조선친구들의 만담극 역시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복장을 한 배우들이 언제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역할극을 펼칠지도 모르니 당황하지 말고 이왕이면 재치있게 응대해 보면 어떨까.
이외에도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수원천 일대에는 총 30여 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정조대왕이 초대하는 성대한 왕의 잔치를 찾아 신명나게 노는 것이 정조대왕의 후예인 우리가 지금을 살면서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 아닐까. 2015년 가을, 과거와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수원에서 각종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마음껏 즐기고 영화와 드라마로만 간접경험했던 조선시대를 생생히 체험해보자. 우린 조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의 초대를 받았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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