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들이 유독 편애하는 일본 작가가 있다. 대일관계나 민족적 감정과는 관련없이 펴 내는 즉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다. 지난 7월 1일 출간된<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또한 예외가 아니다. 출간된지 2개월도 안 된 시기에 판매지수 8만 포인트(인터넷서점 YES24기준)를 기록한 이 책은 한국인의 ‘이유없는 무라카미 사랑’을 반증하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한 사람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하루키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다. 지금까지 두 작가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이라는 측면에서 읽혀져왔다. 그러나 이들은 일본의 국민작가로 칭송받으면서 그들이 살아온 시대상과 사회상을 물론 일본 사회의 향방까지 작품에 꾸준히 반영해 왔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하루키, 그냥 보는 소세키가 아닌 ‘알고 보는’ 하루키과 ‘다시 보는’ 소세키를 위해 출간된 관심작이 있으니 <무라카미 하루키&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다. 이 책은 두 작가를 서로 비교해가며 그들의 작품을 새롭게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두 사람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나아가 일본이 끊임없이 괴롭힌 이웃나라 한국과 중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면밀히 탐색하고 있다. 메이지 유신의 시대에서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형태를 바꿔가며 반복되는 일본인의 의식구조와 새롭게 생성된 이념을 규정하는 이 책은 모두 4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두 작가의 출발점 : 하루키와 소세키의 시대를 향한 시선’이 주제다.1부 1장과 2장에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3년의 핀볼>을 소세키가 바라본 근대 일본과, 하루키가 전공투 세대(1960년대 후반 일본 대학생들이 공동투쟁하던 조직·운동체)와 1970년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먼저 조명한다.2부에서는 ‘거대담론 그 이후 : 피지배자의 모습을 그리다’라는 주제를 진행하면서 2부 3장에서는 소세키의 개인주의와 한일합방에 대한 반감을, 2부 4장에서 하루키의 정보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엿볼 수 있다. 3부는 ‘공허한 세계 : 두 사람에게 포스트모던이란?’에서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하루키와 소세키가 포스트모더니스트임을 <해변의 카프카>,<마음> 등의 작품으로 설명한다. 4부에서는 ‘미래와 과거를 왕래하는 이야기 : 두 사람의 일본에 대한 소망은?’ 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 시바타 쇼지는 두 사람의 공통된 시대의식과 표현방법을 독창적인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하루키에게 있어 ‘1960’년대와 ‘중국’이 갖는 의미와 소세키에 ‘러일전쟁’과 ‘한국’이 갖는 의미는 근대 일본의 시대상을 가감없이 반영함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나쓰메 소세키는 개인주의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작가들이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작품을 통해 동시대 ‘일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시바타 쇼지는 하루키가 일본의 고양된 이념을 종결짓는 1960년 후반과 1970년대 초반의 변화를 시대적 전환점으로 잡으며 산문적 분위기로 그려냈음을 알려주고 있다. 더불어 러일전쟁 이후 일본의 자화상을 작품 속 주인공에 투영시키는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 후반의 일본을 잘 그려낸 작가로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두 작가의 초기 작품을 중심으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동시대 일본을 파악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상실의 시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둘러싼 모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댄스 댄스 댄스>, <1Q84>등의 하루키의 소설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그리고나서>, <미치쿠사 한눈팔기>, <취미의 유전> 등 소세키의 소설을 다시 음미해 보는 재미가 큰 책이다. □시바타 쇼지 저/권연수 역/ 출판사 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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