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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화가 김창열 그의 화업 50년을 반추하다

갤러리 현대 <김창열 화업50년 展> | 2013년 09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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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화가 김창열 작가의 화업 50년을 회고하는 대규모 개인전 <김창열 화업 50년 전(展)>이 9월 25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타이완미술관에서 한국인 작가로는 최초로 초청되어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던 이래 첫 개인전이다. 김 화백은 올해 제주도에 200여점의 작품을 기증하며 미술관 건립 협약을 맺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2013년 신작도 선보이게 된다. 물방울 연작의 시작부터 최근작까지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김창열 화백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볼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이며 2009년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이후 김 화백의 전시대 작품을 망라하는 전시로는 처음이다. 이번 개인전은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작업을 뿌리부터 열매까지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갤러리 현대의 신관과 본관으로 나뉘어 전시되는 이번 작품전은 물방울 변천사 뿐 아니라 한국회화의 흐름까지 읽을 수 있는 전시회다. 물방울 연작이 시작된 1970년대 초, 중반부터 98년 작품까지 전시되는 본관에서는 작품의 완성도가 무르익기 시작했던 시기의 걸작1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로서 전성기를 맞이하는 40대 시절인 70년대와 80년대. 세계 무대에서 주목을 받으며 활동한 그가 한 점 한 점 찍어낸 물방울들은 수십년이 지난 현재까지 영롱한 빛과 생명력을 내뿜는다. 특히, 김창열 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이 시기의 작품 중에서도 그동안 국내 대중에게 거의 공개된 바 없던 작품들이 다수 출품되어 기대를 모은다. 신관에서는 2000년대 이후부터 올해까지 그려진 김 화백의 근작들을 만날 수 있다. 90년대 이전에 비해 더 화사하고 여유로워진 김창열 물방울 연작을 통해 화가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970년대 초 파리에서 어렵게 생활하던 김창열 화백은 캔버스를 재활용하기 위해 그림 뒷면에 물을 뿌려두어 물감이 떨어지기 쉽도록 한 경험으로부터 물방울 그림의 모티브를 얻게 된다. 동양의 교육을 뿌리로 한 김창열의 작업은 과장을 거부한 절제와 신중의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초현실주의의 교훈을 수렴하고 있다. 파리로 이주한 이후 1971년. 그는 최초로 하나의 물방울을 노란 배경 속에 고립시킨다. 1972년 살롱 드메에 입선한 김창열 화백은 이후로부터 본격적인 물방울 시리즈를 완성해간다. 그가 고집스럽게 반복한 물방울의 상징적 투명함은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인해 더욱 특별한 각광을 받게 된다. 80년대에 접어들며 김 화백은 캔버스가 아닌 마대의 거친 표면에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한다. 거친 표면이라는 물체의 즉물성(卽物性)을 살리는 반면, 이러한 표면에 맺힐 수 없는 영롱한 물방울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로써 물방울이 실제로 지니고 있는 물질성을 상실하게 된다. 80년대 중반을 넘어서 부터는 마대 자체를 여백으로 남겼던 초기와 달리 한자체나 색점, 색면 등 좀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동양의 정서를 끌어들였다. 물방울 역시 70년대의 투명한 물방울과 달리 색채가 들어가 입체감이 도드라진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유명한 회귀(Recurrence)시리즈가 등장한다. 만으로 84세. 김화백은 올해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선 그의 작품은 채도 높고 적극적인 색채와 형태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50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물방울을 그려온 김창열의 작품을 보면 시대에 따라 배경에는 변화가 있으나 그 영롱함과 투명성은 한결같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오랜 업을 서서히 정리하며 한국 미술사의 대가이자 역사로 기록되어가는 그에게 이번 전시가 더 큰 무게감을 지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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