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리꾼. 이자람의 변신은 어디까지인가. 판소리 <사천가>를 통해 바라보는 이자람은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예솔이가 아니다. 7년전 초연된 이래 미국, 프랑스, 일본, 폴란드 등 전세계 각국에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으며 세계인의 찬사를 받아낸 <사천가>가 수원을 찾는다. 9월 28일부터 29일까지 경기도 문화의 전당 아늑한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이번 공연은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창작 판소리 <사천가>의 참맛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사천가>는 제작부터 도전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창작 판소리를 만든다는 것도 도전이었고, 해외 공연을 간 것도 도전이었다. 2010년 폴란드 콘탁(KOntakt)국제연극제에 참가한 소리꾼 이자람은 ‘최고 배우상(The Award For The Best Actress)를 수상했고 이후 판소리 <사천가>는 시카고 월드뮤직페스티벌, LA한국문화원, 뉴욕 APAP 아트마켓, 프랑스 리옹 국립민중극장, 시립극장, 아비뇽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면서 세계인의 귀와 감성을 흔들고 있다.특히 이번 공연은 올해의 마지막 공연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소리꾼 이자람의 매력을 한껏 선보이는 무대가 될 예정이다. 세계 속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한 판소리극 <사천가>는 20세기 서양 연극사를 대표하는 희곡작가이자 연출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적인 서사극 <사천의 선인>을 원안으로 21세기 한국적 상황에 맞춰 재구성해 뚱뚱한 백수 처녀 ‘순덕’의 이야기로 무대에 담아낸 작품이다. 어떻게 사느냐보다 살아남은 자만이 강하다고 강요하는 이 세상 속에 소리꾼 이자람은 유쾌하고 통쾌한 일침과 외침을 가한다. <사천가>는 작품의 배경을 현재의 대한민국 ‘사천’이라는 도시로 끌어와 착한 사람이 있는지, 그런 사람이 있다면 끝까지 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수많은 착한 척 하는 사람들 속에서 어렵사리 찾은 착하고 친절하지만 뚱뚱하고 못난 아가씨, 순덕. 퍽퍽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순덕이를 통해 외모지상주의와 무한경쟁, 청년실업, 학력지상주의, 선을 강요하면서도 돈과 권력과 명예를 미덕으로 삼는 위선 등 현재 대한민국의 우스꽝스럽고 한심한 세태를 시침 뚝 떼며 꼬집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착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은 그렇게 살게 두질 않는다. 그런 세상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살아가는 것. 결국 주인공 순덕이는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이다. 그러기에 <사천가>는 어떻게 사느냐 보다는 ‘살아남는 자만이 강하다’라고 강요하는 세상 속에 던지는 유쾌하고 통쾌한 우리들의 속 시원한 외침이다. <사천가>을 통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즐기며 속 시원하게 풀어내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판소리가 고루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은 <사천가> 앞에서 가볍게 깨진다. 유쾌함과 눈물이 공존하는 <사천가>는 ‘한(恨)’이 주요 정서라 여겼던 판소리에 대한 인식을 ‘사람의 삶’으로 바꾸어 낸다. 사람의 삶에 존재하는 희로애락과 같이 판소리도 신명날 때 신나게 놀고 풍자할 때 풍자하고 화날 때 화를 낸다. 이처럼 인간적인 정서 아래 만들어진 판소리 <사천가>는 한 사람의 소리꾼 이자람이 극을 이끌어가며 독특한 마임의 막간극과 타악을 결합한 모던한 연주 등 새로운 형식이 추가된다. <사천가>는 판소리를 토대로 새로운 작품을 창작, 공연하는 <판소리 만들기 ‘자’>에서 제작했고 <사천가>와 <억척가>,<가믄장아기>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는 연출가 남인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다양한 시도와 함께 숙성된 내면으로 만나는 판소리 <사천가>는 항상 새롭게 관객과 만나고 있다. <사천가>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판소리가 더 이상 어르신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난 2월 22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네이버뮤직으로 생방송된 ‘이자람의 해설이 있는 판소리-판소리, 그리고 사천가’는 동시접속자 3만 8천여명을 기록하면서 온라인으로 전세계에 생방송됐다. 주요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의 관객 비율 또한 2,30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관객들이 직접 찾아서 보고 공연을 기다리는 판소리, <사천가>는 소리꾼과 고수, 소리와 북장단에, 소리꾼의 소리에 귀 기울여만 했던 판소리와는 사뭇 다르다. 두 시간 내내 관객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소리꾼 이자람의 모노드라마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관객과 함께 울고 웃는다. 소리꾼과 고수의 판에 밴드가 둘러서고 이자람의 변화무쌍한 캐릭터 변신은 관객들의 기염을 토하게 한다. 소리판의 중간 중간 번쩍거리는 의상을 입은 세 신들이 등장하여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색다른 재미로 관객들에게 보고 즐길 수 있는 포만감을 선물한다. 새로운 판소리, 살아있는 판소리, 젊은 판소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사천가>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만남을 완벽하게 성공시킨 ‘컨템포러리 판소리’이고, 바로 관객들이 직접 선택한 판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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