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기다리던 첫눈은 어김없이 겨울이 돌아왔음을 알려주는 파랑새와도 같았다. 아름답게 세상을 수놓은 첫눈처럼 우리의 마음을 녹이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여러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줄지어 펼치고 있는 것. 굴지의 기업들은 ‘동지팥죽 사랑 나눔’ 활동을 통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팥죽을 대접하고 있고, 각 지자체 역시 ‘따뜻한 겨울나기 프로젝트’로 연탄 나눔 봉사를 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연말 분위기 속에서 서원암 반야지 주지 스님은 올해도 어김없이 김치 보시를 통해 어려운 이웃과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1986년부터 무려 29년째 김치보시를 이어와 나눔과 봉사의 참된 의미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서원암은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작은 사찰이다. 김치보시로 상징되는 서원암 반야지 주지스님의 아름다운 선행은 도봉구 일대는 물론 노원구와 의정부 그리고 포천 일대의 밝은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하기 위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푸는 삶, 즉 불교의 ‘보시’를 행하기 위하여 직접 손수 농사지은 배추로 여태껏 한해도 거르지 않고 김장봉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원암 반야지 주지 스님은 7년 전부터는 매주 급식봉사를 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선물하고 있었다. 이렇듯 불교 교리 실현의 목적으로 봉사와 나눔을 몸소 설파하고 지역 소외계층 급식 및 김장봉사 그리고 부처님 자비 사상 실천 선도에 이바지한 공로로 서원암 반야지 주지 스님은 ‘2014 올해의 신한국인 대상’을 수상했다.
민간복지거점이 된 서원암, 나눔봉사로 한파 녹인다
서원암은 도봉구의 대표적인 민간지역 복지거점이다. 반야지 주지 스님은 11월의 첫날부터 뜻깊은 일을 시작했다. 거동불편 어르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김치 담그기를 진행한 것. 40여 명의 봉사자가 맛과 위생을 생각하며 담고 있는 김장김치의 무게는 20kg. 이는 배추 2만 포기에 해당한다. 이는 한가정 당 10kg 분량의 김장김치를 2,000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굉장한 양이다.
“경제적으로 넉넉지는 않지만, 사회단체의 지원이나 후원에 의지하지 않고 스님과 신도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지금까지 김장봉사 및 무료급식을 해오고 있습니다. 봉사라는 것은 계산할 수 없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고 의지한다면 할 수 없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저와 신도들이 육체적 노동을 더 감수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없을 것 같지만 여전히 배를 곯는 이웃이 많이 존재합니다. 이들에게 김장김치가 작지만 큰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먹는 것을 나누는 것만큼 훈훈한 것은 이 세상에 없지 않을까요?”
이처럼 해마다 반복하고 있는 김장 담그기 행사이지만 올해는 많은 수확과 참여가 있어 더한 뿌듯함과 행복함을 서원암 반야지 주지 스님은 느끼고 있다. 이와 함께 반야지 주지 스님은 7년 전부터 시작한 급식봉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서원암은 지역 독거노인을 비롯해 노숙자, 갈 곳 없는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급식을 제공한다. 반야지 주지 스님은 무료급식이라고 해서 절대 음식을 성의 없이 제공하지 않는다. 영양을 고려한 급식은 물론, 영양죽을 별도로 준비해 이와 잇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불편함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또 식사를 마치고 절을 나서는 독거노인들에게는 이틀 정도의 식사와 다름없는 영양죽과 부침개 등을 포장해주는 가슴 훈훈한 봉사로 추운 겨울의 한파를 녹이고 있다. 이러한 끝이 없는 나눔 실천으로 반야지 스님께 기쁜 소식이 있었다. 2015년 12월 4일에 도봉구 사암연합회에서 반야지 스님께 감사패를 수여한 것이다. 반야지 스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그동안의 노고를 잊게 해 주고 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어려운 이웃 위해 베푸는 삶 살아갈 터
불교의 ‘상구보리 하화중생’은 위로는 부처님 정법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반야지 주지스님의 반야지 또한 ‘큰 지혜로 중생을 잘 보살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반야지 주지 스님은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하기 위해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삶을 자신이 살면서 해야 되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
“봉사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관대해지며,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감사의 마음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며, 모든 사람들에게 선이 있음을 볼 수 있게 만듭니다. 이처럼 작은 나눔의 실천이 지역 나눔 문화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입니다.”
서원암 반야지 주지스님의 최종 목표는 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을 건립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병이나 부상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곁을 지키듯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인이 생전에 가졌던 마음을 잘 풀고 여생을 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매듭지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또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반야지 주지스님의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저는 정신과 육체를 생을 마감하기전에 깨끗하게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왔을 때는 철저히 빈 몸입니다. 공수레공수거이지요. 하지만 이 세상은 너무나도 탐하기만 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바른 삶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만이라도 바르게 살다가는 삶을 사는 것이 제가 꿈꾸는 인생이고 그러한 공감대를 주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 이 길을 택한 것입니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솔직하고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서원암 반야지 주지스님. 늘 웃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가장 자신을 바르게 끌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 믿으며 쉬운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중생을 보살피는 길을 가야 된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묵묵히 길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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