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거센 폭포수 물줄기를 거침없는 붓질로 표현하는 송필용 작가는 자연이 함축한 상징적 의미와 은유적 표현의 조화를 통해 그만의 뚜렷한 개성이 담긴 화풍을 구축하고 있다. 무한한 자유 속 내재된 철학적 감수성과 풍부한 서정성을 외형으로 풀어내며, 탁월한 미적 감각으로 자연의 에너지를 표출하는 그는 맑고 청량감 넘치는 심연의 폭포수를 통해 현대인들의 팍팍한 가슴을 속 시원하게 열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필용 작가는 “자연만큼 큰 울림을 주는 대상은 없으며, 물은 사유의 흐름을 제공한다. 앞으로 폭포수와 바위의 호흡을 화폭에 담아 영혼의 울림을 주는 사유의 예술세계를 펼치겠다”고 밝히며 창작의지를 밝혔다.
폭포는 오랜 시간동안 내 자신과의 호흡 속에서 육화된 존재로, 정신적 공명을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즉 공명의 기운으로 가득한 청아하고 숭고한 울림을, 영혼의 소리를 담아낸다. -작가노트 中
‘물의 화가’ 송필용 작가를 만나기 위해 예향의 도시 광주를 찾았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시리도록 푸른 폭포수가 장관을 이루고 있어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청류(淸流)'전에 선보였던 작품 일부가 작업실 공간에 채워져 있어 격렬하게 수직 낙하하는 폭포소리가 작업실을 울리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암반을 흐르는 투a명한 비취색 옥류의 금강수와 갖은 형상을 뽐내는 바위 봉우리의 골산미,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웅장함, 그리고 구슬을 꿰어 놓은 듯 담들의 유유한 흐름에 깊은 감동을 받아 3년간 20차례나 탐승하여 사계절의 아름다움 속 금강산의 진면목을 느껴보았습니다. 특히 금강산의 백미인 천선대에 올라 만물상을 바라보면 운무의 춤사위가 극적으로 변하고, 오묘한 기운을 발산하는 등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들이 밀려와 이 순간이 현실의 세계인지, 천상의 세계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마치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일찍이 민중의 숨결이 살아있는 근현대의 질곡된 땅의 역사를 연구해온 송 작가는 90년대 마주한 금강산의 절경에 매료되어 물의 흐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바위 틈 사이로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포수를 보면서 강한 생명의 에너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초기 실경의 폭포수를 그렸으나, 점차 형상과 색채를 단순화하면서 폭포수와 포말이 화면을 지배하는 육화된 폭포, 즉 심연의 폭포를 그렸다. 그는 폭포라는 구체적 대상의 재현적 의미보다는 신비스러운 기운으로 가득한 긴장의 순간을 시각화하고, 청각화했다. 폭포수와 바위의 호흡을 통해 인간사의 흐름을 읽게 됐다는 송 작가는 “폭포수의 흐름이 인생처럼 다가왔다. 거친 물줄기 속에서도 묵묵히 버티고 서있는 바윗돌들이 각박한 사회에서 참고 견뎌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나이프와 붓질로 이미지를 형상하는 송 작가는 물질과 정신의 흐름을 캔버스 위에 버물려서 폭포수처럼 만든다. 이는 운무의 변화처럼 극적으로 요동치면서 나타난다. 때로는 물감이 물의 흐름처럼 튀기도 하고, 흘러내리기도 한다. 변화무쌍하고 극적인 순간들이 울림을 만든다. 그는 맑고 청아한 정신을 화면에 담고자 태초의 색 화이트와 영원성을 담는 블루의 사용으로 치열한 일상 속 과잉된 현대인들의 열기를 해소시켜 주고자 했다. 그는 “색채들이 근원의 색이라고 볼 수 있고, 푸른 정신의 세계라고도 말할 수 있다. 변치 않는 푸르름의 정신세계를 담고자, 흰색과 청색, 그리고 흑색을 조화롭게 사용한다”고 밝혔다.
“폭포수를 통해 내면의 물줄기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잡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이 정화가 되고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여백이 될 수도 있고요.”
시류에 흔들림 없이 고유한 형상세계를 천착하고 있는 송필용 작가는 신념과 목표가 뚜렷한 예술인으로서 독자적인 시각과 감성으로 그만의 화풍을 구축하고 있었다. 향후 영혼을 울리는 깊이 있는 예술세계를 펼칠 것이며, 물의 흐름을 통해 역사의 정신을 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정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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