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 공히 국내 최고의 여배우 손예진이 올여름 극장가에 두 편의 영화를 들고 찾아온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은 없다>와 함께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8월에는 <덕혜옹주>로 그동안 배우 손예진의 차기작만을 손꼽아 기다린 수많은 팬들의 갈증을 씻어줄 예정이다. 개봉예정인 두 작품 중 먼저 선보일 영화는 <미쓰 홍당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경미 감독의 신작 <비밀은 없다>로 맥스무비에서 진행되고 있는 ‘6월 4주차 가장 보고 싶은 영화는?’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오른 기대작이다.
국회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선거를 보름 앞둔 어느 날 그들의 딸이 실종된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애쓰던 ‘연홍’은 딸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선거에만 집중하는 ‘종찬’과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홀로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딸이 남긴 단서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연홍’은 점차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에서 정치인 아내 연홍 역을 맡아 모성, 혼돈, 의심, 슬픔, 분노 등 극한의 감정 변화를 선보일 전망. 더욱이 이미 <미쓰 홍당무>에서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경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기존 여성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연홍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전언. 이와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손예진은 신들린 듯 극한의 감정 변화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가 단지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단지 아이를 찾는 엄마의 절절함만을 표현한 영화였다면 내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전형적이지 않게 표현하는 것은 난제였다. 연홍은 감정과 표현 사이에 간극이 굉장히 큰 인물이다. 또한 ‘저 여자 뭐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에 의외의 감정 표현이 많았다. 전형적인 영화의 경우는 어느 정도 정해진 표현법이 있는데 연홍은 그렇지 않았다. 감정과 표현을 다르게 한다는 건 꽤 어려운 지점이었다.”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정치인의 아내에서 딸의 실종 후 집요한 추적자가 된 연홍이 되어 극적인 심리 변화와 다채로운 표정 그리고 자타가 공인하는 리얼리티 가득한 연기를 쏟아내 지금껏 볼 수 없던 그녀의 새로운 지점을 관객들은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열연을 펼친 손예진에 대해 이경미 감독은 “연기하는 매 순간이 놀라웠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손예진은 “극한의 감정, 극적인 상황에 놓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어려웠다. 감정부터 표현까지 모든 것이 숙제였다. 그래서 최대한 연홍의 마음에 들어가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고민과 노력으로 완성된 캐릭터 연홍에 대해 이야기를 전했다.
뜨거운 여름 8월은 모두가 기다리는 휴가철이다. 바캉스에 들뜬 국민들은 해변에 모여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잊는다. 이처럼 8월은 바다로 향하는 인파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인데, 바다만큼이나 성수기인 장소가 있다. 바로 극장가다. 현대인들은 극장에서 2시간 남짓 영화를 보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일상에서 탈출한다. 이에 극성수기인 8월 그해의 기대작들이 연이어 개봉을 하는데 올해의 화제작으로 전부터 관심을 모은 영화 <덕혜옹주>의 개봉 월 또한 8월로 확정됐다.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로 유명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고종황제의 고명딸로 태어나 특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던 덕혜옹주. 하지만 일제의 내선정책으로 인한 강제 유학과 일본인과의 정략결혼, 그리고 생모의 죽음, 딸의 실종 등 굴곡진 삶을 겪어야만 했던 덕혜옹주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렇듯 그 누구보다 곡절 있는 생을 살았던 덕혜옹주이기에 극 중 덕혜 역을 맡은 손예진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손예진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어린 소녀가 왜 고국을 떠나야 했는지,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던 고국으로 왜 돌아올 수 없었는지에 대한 서글픈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손예진은 변화무쌍하다. 20대의 손예진은 청순, 발랄 심지어 도발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를 두루 섭렵했다. 30대가 된 손예진은 작품 속에서 사랑스런 눈웃음을 짓는 일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필모그래피만 봐도 그렇다. <타워>, <공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나쁜놈은 죽는다>와 같이 강인한 여성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마치 신여성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30대의 손예진은 20대 때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청순가련의 대명사에서 강인한 여성의 상징이 되었고 이는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었음을 나타내는 기분 좋은 시그널이 됐다. 이렇듯 손예진은 변화에 두려움이 없는 배우다. 손예진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배우의 마음이다. 똑같은 대사도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 나는 늘 새로웠으면 하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고 연기를 임할 때의 마음가짐을 털어놓기도 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손예진은 그저 ‘얼굴만 예쁜 배우’가 아닌 충무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된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계속될 그녀의 변신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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