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제7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0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Lido) 섬에서 열린다. 매해 낭만적인 가을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최초의 국제영화제이고 예술영화를 지향하며 높은 명성을 쌓아 칸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린다. 초대 영화제는 1932년 7월 6일부터 8월 21일까지 열린 제18회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1934년까지 비엔날레의 부속 행사로 치러지다가 다음해부터 독립해 9월경에 영화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1940~1942년까지는 전쟁으로 인해 참가하는 나라가 거의 없었다. 1950년대부터 크게 성장했는데, 이는 일본과 인도 등 미지의 영화 발굴과 저명한 감독과 스타들이 베니스에 참가하면서 이뤄진 결과다.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월드 프리미어를 대상으로 한 공식 경쟁 부문, 혁신과 창의성, 대안적인 영화 만들기를 보여 준 동시대 장편 영화들이 경합하는 국제 경쟁 부문인 업 스트림(upstream),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16mm, 베타 캠, 비디오, DVD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만든 작품을 포함해 스타일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영화들을 모은 새로운 영토(new territories) 부문, 국제 비평가 주간(International Critics’ Week) 등으로 꾸며진다. 또한 공식 경쟁 부문의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은사자상(Silver Lion)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Jury Grand Prix)과 감독상(Special Director’s Award), 남녀 주연상, 최고의 신인 남녀 배우에게 주어지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Marcello Mastroianni Award) 등을 시상하고 있다.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흥미를 더하고 있는 제7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상영작 라인업을 발표해 뜨거운 열기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2013), <버드맨>(2014), <스포트라이트>(2015) 등 베니스의 주요 상영작이었던 영화가 3년 연속 오스카를 싹쓸이 했기에 라인업에 특히나 관심이 집중됐다. 영화제의 포문은 데이미언 셔젤의 신작 <라 라 랜드>가 연다. 개막작이자 경쟁부문 초청작인 <라 라 랜드>는 로맨틱한 분위기의 뮤지컬영화로, 라이언 고슬링이 재즈 피아니스트로, 엠마 스톤이 성공을 열망하는 신인배우로 출연한다. 폐막작은 <매그니피센트 7>로 결정됐으며, 이 영화는 배우 이병헌이 출연해 일찌감치 국내에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리메이크한 존 스터지스의 <황야의 7인>(1960)을 리메이크하는 영화다. 이밖에도 에미르 쿠스투리차의 <온 더 밀키 로드>, 테렌스 맬릭의 <보이지 오브 타임>, 프랑수아 오종의 <프란츠>, 빔 벤더스의 3D영화 <레 보 주 아란후에스> 등이 포진해 무게감을 더했다. 한편 제7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김지운 감독의 <밀정>과 김기덕 감독의 신작 <그물>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지운 감독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교란 작전을 그린 영화 <밀정>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베니스에도 초청되며 어떤 호평을 이끌어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작 <그물>로 베니스에 7번째 초청된 김기덕 감독에 대해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영화 <그물>을 처음 봤을 때, 김기덕 감독의 작품 세계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느꼈다. 오직 거장 감독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극찬하며 초청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훌륭한 작품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의 최신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제7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개막이 임박함에 따라 어떠한 영화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질지 기대를 모은다. 아름다운 도시 베니스에 지구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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