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통해 시대는 물론 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장이 온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기획전시 <畵畵화화–미인도취美人陶醉>(이하 畵畵-미인도취)가 오는 10월 25일부터 12월 4일까지 개최된다. 지난 4월 미술관을 재개관한 후 선보이는 두 번째 기획 전시 <畵畵-미인도취>는 첫 ‘화화’전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당시 참여했던 작가들의 작품 변화와, 그 전 후 연배 작가들의 자기표현에서 특히, 인물을 주제로 소통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화화’는 1998년 9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으로 인사동 덕원미술관에서 진행된 20~30대 한국화 작가 6인이 참여한 전시의 제목에서 왔다. <畵畵-미인도취>는 작가의 이미지가 투영된 각각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미로 미인이라 명하고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작가에게, 혹은 관람객에게 스스로 ‘아름답다’라는 위안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또한 최근 전통 한국화 기법이나 켈리그라프 등을 활용한 이미지들이 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되고 있어 눈에 익은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전통회화에서의 미안도의 역사를 보여주는 미인도 연보로 시작한다. 특별히 종로구 구립미술관인 박노수 미술관의 협조로 박노수 화백의 미인도 두 점은 실제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본 전시는 크게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미인’에 ‘도취’될 수 있으며, 여기에 뽈랄라 수집관의 현태준 컬렉션으로 구성된 여성과 관련한 아카이브 존이 별도로 만들어져 대중매체를 통해 미인의 기준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전세의 첫 번째 섹션은 김현정, 신선미, 맹혜영, 백지혜, 이동연 작가의 작품으로 전통인물화의 기법을 바탕으로 이를 현대화한 작품들이다. 주로 비단위에 세필로 섬세하게 인물의 표정과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되도록 전통 인물화 기법을 따르면서 동시대 인물표현을 통해 전통회화가 어떻게 현대미술로 공감대를 이끌어 낼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두 번째 섹션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방이다. 기획을 하면서 기획자들은 이방을 소위 ‘센 언니들의 방’이라고 부르는 방이다. 김은진, 김정욱, 박은영, 이진주, 지요상, 홍인숙 작가의 작품이 차례대로 소개된다. 미인을 대상으로 보고 관찰자로서가 아닌 ‘내’가 주제가 되고 있다. 내가 느끼는 느낌을 화면에 나타난 인물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그저 예뻐서가 아니라 내 느낌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미인도’에 있어서 확연히 세대가 구분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관람자에 따라서는 심리적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세 번째 섹션은 한국화의 채색화 기법을 현대화한 작품들이다. 고찬규, 권지은, 김화현, 서은애, 선무, 신영훈, 이이남, 임서령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한국화에서 색을 두껍게 입히는 채색화 기법이 일반화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분채, 석채 등 안료가 소량으로 수입되어 사용하다가 광물에서 색채별로 분리해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내 생산의 석채 안료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여전히 전통적인 한국화 재료의 개발과 연구가 요원한 시점이지만 시대에 따라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먹이나 벼루가 예전보다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채색에 있어서는 다양한 색채의 개발로 작가들의 작품 또한 다채로운 느낌이다. 네 번째 섹션은 권기수, 김선정, 육심원, 임태규, 장수지, 홍지윤 작가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조금 더 익숙한 작가들이다. 미술시장에서의 반응이 뜨겁다거나 해외활동이 활발하여 한국화의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대중적 상품화에도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그러나 역시 매체를 통해 익숙한 이미지라도, 원화의 감동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네 번째 섹션에서는 한국화 특유의 질감이 주는 느낌과 젖어드는 깊이, 수묵의 운필을 통해 작가를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전시기간 동안 전시와 관련된 강연과 작가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미술관 톡’을 진행하여 보다 더 대중과 함께하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전시와 관련된 강연이 미술관 내 ‘마루’에서 열린다. 미인의 조건과 미인박명 등 유쾌한 김상철의 강연을 시작으로, 조용진, 윤철규, 반이정, 조혜덕, 유경희 등 강연이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진행된다. 전시기간 중 화요일, 목요일에는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은 작품으로 관람객과 소통하지만 관객은 늘 작가를 만나고 싶어 한다. 어렵게 작가들에게 시간을 얻어서 진행되는 시간만큼 작품의 제작과정이나 그림이 담긴 의미를 직접 작가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또한 10월, 11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50% 할인된 관람료로 전시 관람이 가능하며, 한복을 입고 방문 시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이색 이벤트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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