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은 늘 중요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 역시 시작과 끝은 중요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배우 김고은의 2016년은 큰 의미가 있다. 한해의 시작을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으로 하더니 같은 방송사 드라마 <도깨비>로 2016년의 마무리까지 할 모양이다. 이렇듯 다사다난했던 2016년의 시작과 끝엔 배우 김고은이 있다.
안방극장이 온통 ‘도깨비’ 열풍이다. 지난 12월 2일 방송된 첫 회는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기준 가구 평균 시청률 6.9%(닐슨 코리아/유료플랫폼 기준), 순간 최고 시청률 9.3%를 기록했다. 이는 tvN <응답하라 1988>의 1회 시청률 6.7%(순간 최고 8.6%)를 상회하는 기록으로, tvN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역대 1위에 해당한다. 올 상반기 이른바 ‘태후’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으로 <도깨비>는 방송 전부터 뜨거운 화제몰이를 했다. 김은숙 작가는 그야말로 드라마계의 마이더스의 손이기 때문. 특히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 못지않게 여자주인공 역시 큰 인기를 끌어 <도깨비>의 여주인공에 관심이 많이 갔던 게 사실. <파리의 연인> 김정은을 기점으로 <프라하의 연인> 전도연, <온에어> 송윤아, <시크릿 가든> 하지원, <신사의 품격> 김하늘, <상속자들> 박신혜, <태양의 후예> 송혜교까지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통해 배우인생의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도깨비>에서 김고은은 무려 일곱 살이나 어린 캐릭터를 매끄럽게 소화해내며 ‘도깨비’ 열풍에 당당히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 교복도 어색하지 않을뿐더러 ‘저 시집갈게요. 아저씨한테.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김고은의 모습에서 영락없는 열아홉 고교생의 모습이 보인다. <도깨비> 속 김고은이 분한 ‘지은탁’은 귀신을 보는 고3 수험생이다. 부모는 없고 이모 집에서 얹혀살며 갖은 구박을 견뎌낸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지은탁은 한국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늘 그렇듯 절망하기보단 희망을 품으며 미소를 짓는다. 관심을 모았던 공유와의 케미스트리도 기대 이상이다. 큰 키를 자랑하는 공유와 여린 체구의 김고은의 비주얼이 드라마 인기의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도깨비> 시청자들은 '츤데레' 도깨비의 사랑을 받는 ‘도깨비 신부’ 지은탁을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극중 900살이 넘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요즘 연예지면에 대서특필되는 17살 차이를 극복한 연예계 커플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배우 김고은의 2016년 하반기가 <도깨비>라면 상반기는 단연 <치즈인더트랩>이었다. 김고은은 <치즈인더트랩>에서 ‘홍설’역을 맡아 사랑스럽고 똑 부러진 여대생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 드라마는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도깨비>만큼이나 화제를 모았었다. 게다가 <치즈인더트랩>은 영화 <은교>로 혜성같이 데뷔를 한 이후 줄곧 영화에만 등장했던 그녀의 첫 드라마 도전이기도 했다. “사실 첫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시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못했고, 정체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20대라는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도 넓지 않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다보면 연기 스펙트럼이 좁아지지 않나. 그래서 더 새로운 역할에 도전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홍설이라는 캐릭터도 제게 오지 않았을 것 같다. 드라마를 통해 ‘나’를 벗어나 좀 더 작품을 생각할 줄 아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운명적인 <치즈인더트랩>을 만났고 성적도 꽤 괜찮았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통해 김고은이란 배우에게 이토록 사랑스러운 면모가 있었는지 보여준 계기이자 기회가 되었다. 그녀는 “<치즈인더트랩>을 시작하기 전에 악플이 얼마나 많았나. 그런 것들에 일희일비하진 않는다”며 “항상 과정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제가 작품에 어우러지려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 이번 과정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김고은의 대표작품은 단연 <은교>다. 데뷔작 <은교>를 통해 맑고 싱그러우면서도 관능적인 여고생 ‘은교’를 연기하며 단숨에 충무로의 가장 유망한 배우로 낙점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에 여전히 배우 김고은 옆에는 항상 ‘은교’라는 꼬리표 아닌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게 사실이다. 그녀는 이에 대해 “꼬리표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절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기 때문”이라고 <은교>는 자신에게 너무 고마운 대표작이라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은교>를 비롯해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계춘할망> 등 영화를 거쳐 두 편의 드라마까지 김고은이라는 배우는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며 연기자로서 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김고은은 “제가 가고자하는 길이 있으니까 20대 때는 보다 과감하게 도전해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 도전이 분명한 성장을 안겨 주리라 믿는다”며 “20대는 ‘기복’을 없애는 나이라고 생각하고 도전을 이어갈 것이며, 이를 통해 터득한 것을 30대에는 펼쳐내고 그러다보면 40대에는 관록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이에 맞게 연기하고 싶다”고 연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처럼 김고은은 배우로서 조금씩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자연스러운 연기로 작품에 설득력을 얹는 것은 온전한 배우의 역할이라 믿으며 그녀는 2016년 끝자락에 다시금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도깨비 신부가 선사해나갈 긍정 에너지로 2017년이 활짝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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