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주거건축은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서 정교한 공학의 기술력이 동원된 건축과 함께 꾸준한 학문적 접근과 연구가 이뤄져오며 나름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인문·예술 등 주변학문의 에센스가 더해져 담백하지만 영속적인 안정감을 전해주는 ‘주거 공간’의 조용한 혁신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윤택한 삶을 보장하는 터전으로, 이제는 현대건축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거 공간의 본질적 가치와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연구와 작품 활동을 거듭해온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임용민 교수. 특히 집합주거의 발전을 이끌어온 전문가로서 국내·외로 인정받고 있는 그를 찾아 ‘아름다운 건축’에 대해 들었다.
그간 임용민 교수는 여섯 번에 걸친 개인전을 열어오며 전주시와 시민들에게 건축의 예술적 가치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11일에 열린 임용민 교수의 건축개인전, ‘건축은 예술입니까?’는 프랑스 유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건축의 길을 듣고 그가 추구하는 건축의 예술적 가치를 음미할 기회로 많은 호평을 받은바 있다. “저는 항상 전시회를 통해 지금까지 건축가의 길을 걸어오며 느꼈던 소감들과 저의 작업결과들을 대중들에게 제시하는 한편, 건축의 예술적 도전이 아름다움과 기능성의 균형점을 모색할 수 있음을 사회에 알리고자 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지속하면서 개인전을 통해 그 결과들을 제시하고 건축학의 발전에 일조하고자 합니다.” 특히 임 교수의 개인전과 작업들은 전주시로 하여금 공공디자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8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아트폴리스’ 사업은 전주시가 ‘소비도시’라는 오명과 낙후된 이미지를 탈피, 안전하고 풍요로운 도시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본래 임용민 교수는 화가를 꿈꿨다. 제법 조형적인 감각을 드러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분석적이고 공학적인’ 재능은 그를 건축가의 길로 이끌었다. 이후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수학한 그는 이론적 토대를 다지기 위해 과감히 프랑스로 떠났다. “파리 라 빌레트 국립건축 라 빌레트대학(Lʼecole dʼarchitecture de Paris La Villette)에서 공부하며 요트, 영화 제작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특히 칸딘스키의 예술 철학 수업은 저의 건축 사상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이후 세계적 건축 거장인 앙리 고뎅의 사무실에서 실무를 배웠습니다.” 10년에 걸친 프랑스 유학기간 동안 임 교수는 ‘건축공간’에 대한 개념을 배우며 ‘집합주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사실 건축가들 사이에서 아파트로 대표되는 ‘집합주거’는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정착된 한국의 주거문화를 염두에 놓고 본다면, ‘집합주거’를 마냥 평가절하하기보다 본질적 연구를 통해 ‘삶의 터전’으로서 의미를 되찾고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답일 것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를 꿈꾸며 공부했다
실무적으로도 높이 인정받고 있는 임용민 교수이지만, 작품 활동과는 별개로 그는 언제나 좋은 교수가 되고자 노력한다. 애초에 ‘더 높은 수준의 이론적 배경을 쌓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다’며 프랑스에 건너가 공부했을 정도로 후배 양성에 열정을 갖고 있던 그는, 항상 학생들과 함께 실습에 임하며 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나가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최근에는 90일간 학생들과 함께 병원으로 쓰이던 구도심의 폐건물을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고 ‘Nearest’로 이름 붙였습니다. 사용자 설문과 관련법규 검토, 현장조사, 재료, 시공법 연구 등 세부적인 사항부터 디자인하고 직접 시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옆에서 지도하며 학생에게 가급적 많은 경험을 전해주려 노력했습니다.” 임용민 교수는 갓 전공수업에 들어온 2학년 학생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있다. 바로 “무엇이 아름다운 건물인가?”라는 다소 추상적인 질문. “건물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기하학적 안정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예전에는 화려한 설계를 강조했다면 이제는 원숙하고 묵직하지만 특유의 안정적 아름다움이 영원히 지속되는 설계를 추구한다”며 자신의 작품 철학을 학생들에게 제시한다. 스스로 논어의 한 구절인 ‘言忠信(언충신) 行篤敬(행독경)’을 가슴에 새기며 항상 설계도면에 신중함과 묵직한 철학을 담아왔듯, “제자들도 올바른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건축가로서 성장해나가길 바란다”며 인터뷰 마지막까지 후학들에 대한 애정을 보인 임용민 교수. 그의 남다른 작품 철학과 후배 사랑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 한국 건축사에 기억될만한 결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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