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단추를 통해 바라보는 시간이 생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과 함께 특별전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를 개최한다.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단추를 중심으로 의복, 회화, 판화, 서적, 사진, 공예 등 1,800여 건의 전시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단추’라는 작고 평범한 소재가 어떻게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제작된 이 단추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와 문화, 개인과 사회를 바라보게 한다. 전시는 프롤로그로 시작해 1~3부를 거쳐 에필로그로 마무리되는 총 5부로 구성되었다. 프롤로그 ‘이미지로 본 프랑스 근현대 복식’에서는 18세기부터 1950년대까지의 유화, 판화, 포스터, 사진으로 프랑스 복식의 흐름을 조망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회화 작품들은 서양의 복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관객을 위해 특별히 구성한 것이다. 또한 ‘소재와 기법’의 테마를 별도로 제시하여, 단추의 다양한 재료와 기법에 관해 소개한다. 1부 ‘18세기: 단추의 황금기’에서는 절대 왕정에서 프랑스 혁명에 이르는 18세기의 프랑스 역사와 문화를 조망한다. ‘단추의 황금기’라 불리는 이 시기에는 개인과 사회를 반영한 온갖 종류의 단추가 제작되었다. 1부에서는 화려한 궁정 문화를 보여주는 금실, 비단, 보석 단추, 프랑스 혁명이나 노예 해방 등을 반영한 신념의 단추, 학문과 기술의 진보, 사회의 풍속과 유행 등을 반영한 세밀화 단추와 뷔퐁 단추 등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18세기 유럽 남성복 전형이었던 프랑스식 의복인 ‘아비 아 라 프랑세즈(Habit a la française)’와 패션 판화집, 단추 도판 등도 만나볼 수 있다. 2부 ‘19세기: 시대의 규범이 된 단추’에서는 산업화와 제국주의라는 격변의 세기를 맞이한 19세기 프랑스를 단추와 복식으로 조망한다. 나폴레옹의 제정 시기 이래 단추는 군복과 같은 제복의 상징으로 집단 정체성의 도구였으며, 신흥 부르주아 계층의 문화 규범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기계생산이나 백화점의 설립 등 근대 유럽의 생산과 소비문화의 단면 또한 단추에 잘 드러난다. 또한 댄디즘(dandyism)이나 아르누보(Art Nouveau)와 같은 새로운 문화 양상을 보여주는 오브제(objet)도 함께 선보인다. 3부 ‘20세기: 예술과 단추’에서는 20세기 전반기까지의 프랑스 복식의 흐름을 시기별로 살펴본다. 현대적 가치 마련의 중요한 토대를 제공한 이 시기에 단추는 의상 디자인의 핵심 요소이자, 예술가들의 내면을 반영한 중요한 표현 매체였다. 여성을 코르셋에서 해방시킨 최초의 디자이너 폴 푸아레의 의상과 단추를 비롯하여, 코코 샤넬이 유일하게 경쟁상대로 생각했다는 전설적인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의상과 작품 단추도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나 화가 소니아 들로네 등 20세기 중요 작가들의 작품 단추와 오브제도 함께 선보인다. 에필로그 ‘인생의 단추’에서는 단추 수집가 루익 알리오의 단추 이야기를 통해, 단추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공유하며 마무리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단추들은 모두 루익 알리오의 수집품으로 그의 단추 컬렉션은 2011년 프랑스 국립문화재위원회에 의해 중요문화자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작은 단추를 더 세밀하게 관람하도록 곳곳에 마련한 터치스크린, 시대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화려한 영상, 한국에서 별도 촬영한 18~19세기의 패션 판화집의 전자책 영상 등도 관람객의 흥미를 더한다. 이번 전시는 5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상설전시관 1층)에서 전시되며, 국립대구박물관에서 9월 9일에서 12월 3일까지 다시 한 번 단추로 조망하는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의 시간이 펼쳐질 예정이다. 김성우 기자 [사진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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