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한 번 초청받기도 힘들다는 칸 영화제에 두 번이나 선택받은 ‘칸의 여자’가 있다. 영화 <악녀>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배우 김옥빈이 그 주인공이다. 비경쟁부문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 등과 같은 장르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이 초청된다. 한국영화로는 <달콤한 인생>, <추격자>, <표적>, <오피스>, <부산행> 등이 초청된 바 있다. 김옥빈은 지난 2009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 이어 두 번째로 칸 영화제에 입성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다. 이 작품에서 김옥빈은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로 분해 새로운 한국판 여전사의 탄생을 알렸다. 김옥빈은 <악녀>에서 여자로서는 버거울 것만 같은 힘든 액션을 대부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연이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고. 김옥빈은 실제로 ‘숙희’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2개월 전부터 매일 같이 액션스쿨에 다니며 수련을 했다고 한다. 또 예전에 배웠던 합기도와 태권도의 기초를 다시 갈고 닦으며 그야말로 죽을 힘 다해 <악녀>를 찍었다. 그 결과 나 홀로 다수의 남성들과 대적하며 가히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숙희’라는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후문. 고도의 훈련을 받은 킬러답게 단도 하나만으로 단숨에 수많은 적들을 제압하는가 하면 거침없이 창밖으로 몸을 던질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탄 채 칼을 휘두르고 달리는 차 위에 앉아 상대를 쫓는 등 그간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액션 영화가 완성되었고 그 중심에 배우 김옥빈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옥빈은 “액션 장르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배우한테 이를 시켰을 때 부상의 위험도 많고 잘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다소간 있다. 이에 많은 제작자들이 여성을 중심으로 한 액션 영화를 만드는 것을 망설이곤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내가 잘 찍어야지 앞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잘 소화하지 못하면 여성 액션 영화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부상당하지 않고 촬영을 잘 마치려는 것에 특히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하면서 배우로서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영화 촬영에 임했음을 밝혔다. <악녀>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김옥빈이 그동안 맡은 캐릭터 중 평범한 캐릭터는 결코 없었다. 데뷔작인 영화 <여고괴담4>를 시작으로 사랑과 복수 사이에서 고민하는 <박쥐>의 ‘태주’,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 <고지전>의 유일한 여인 ‘차태경’까지 김옥빈은 늘 개성강한 캐릭터를 택하였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더욱 빛나게 했다. 흥미로운 것은 김옥빈과 배우 신하균의 특별한 인연이다. 김옥빈과 신하균은 <악녀>에서 세 번째 호흡을 맞추며 눈길을 끌었다. 김옥빈과 신하균의 첫 만남은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09년 영화 <박쥐>에서 시작되었다. 자유를 갈망하던 ‘태주’(김옥빈)가 남편 ‘강우’(신하균)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모의하는 이야기로 그들은 인상적인 첫 인연을 맺었다. ‘강우’를 죽음으로 몰아갈 만큼 두 사람의 매혹적인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던 <박쥐>는 이 둘의 열연이 더해지며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거머쥐며 국내외로 뜨거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이 둘은 2011년 영화 <고지전>으로 다시 만났다. 한국 전쟁의 마지막 날, 기록되지 않은 최후의 전투를 담은 영화 <고지전>에서 김옥빈은 북한 병사 ‘차태경’ 역을, 신하균은 남한 병사 ‘강은표’ 역을 맡아 서로에게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연기를 펼쳤다. 이렇듯 만날 때마다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김옥빈과 신하균은 <악녀>에서 다시 한 번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되었다. 극중 ‘숙희’는 자신을 킬러로 기른 ‘중상’(신하균)과 대립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다. 이에 대해 김옥빈은 “제가 선배님께 많이 의지를 하는 편이고 연기 호흡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꾸 마주치는 게 아닐까”라면서 “<박쥐>와 <고지전>에 이어 세 번째로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서로 죽이려고 하거나 살인을 가르치는 등 모두 정상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다음에는 부디 부드럽고 편안한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는 영화에서 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김옥빈은 칸 영화제 초청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초청이다. <박쥐>로 초청되었을 때가 스물두 살이었는데 그땐 너무 어려서 칸 영화제가 그렇게 크고 대단한지도 사실 잘 몰랐다. 그 후 8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이렇게나 오랜 시간 걸릴 줄 몰랐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칸 방문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대가 크다. 칸에서 잠도 자지 않고 즐길 생각이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나 스스로가 행복한 배우이자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배우 김옥빈. 앞으로도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배우이자 사람이 되기 위해 작품에서도 인생에서도 변함없이 최선을 다해가기를 응원한다. 칸 국제영화제에 세 번째 초청을 받아 환하게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을 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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