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삶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7월 7일부터 10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라이프사진전>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1956년 이래 지난 60년간 열린 4번째 <라이프사진전>으로 그 어떤 사진전시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주최측은 그동안 국내 전시에서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위주로 총 130여점을 엄선했다. 전시작은 <라이프>의 넓은 스펙트럼처럼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현장부터 평범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차별과 투쟁했던 시민운동의 현장, 광기의 시대에 스러져간 민족의 영웅들, 미지의 세계로의 본능이 이끌어낸 우주탐사, 낭만적인 시대를 살아갔던 스포츠맨과 아름다운 여배우들의 모습은 지난 세기의 역동성을 생생히 전하기에 더없이 충분하다. 1945년 8월 14일, 일본의 패배가 방송으로 발표되자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사진기자 알프레드 아이젠 슈타트는 취재를 위해 엄청난 군중을 헤치던 중 수병과 간호사의 키스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드라마틱한 이미지는 <수병의 키스>라는 이름과 함께 전쟁에서의 생존자로 남은 안도감과 승리의 환희를 상징하는 대표작으로 남았다. 이 사진이 실렸던 잡지가 바로 전설적인 사진가들의 요람으로 불리는 포토매거진 <라이프>다. <라이프>는 1936년 잡지왕 헨리루스가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라’는 야심찬 슬로건을 걸고 출발한 사진 잡지로 한때 주간 판매량 1300만부를 기록하며, 사진이 가장 위대한 시대에 우뚝 서있었다. 로버트 카파, 유진 스미스, 필립 홀스만, 알프레드 아이젠 슈타트, 마가렛 버크 화이트, 고든 파크 등 수많은 전설적인 사진가들은 <라이프>를 통해 보석 같은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무려 1천만장의 불멸의 기록들을 우리에게 남겼다. 이러한 유례없는 성공의 이면에는 기존 잡지와는 다른 <라이프>만의 독특한 기획이 원동력이 되었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일깨우고, 누구나 이해가 가능하도록 쉽고 흥미로운 잡지를 표방한 것. 충격적이고 참혹한 것을 다루더라도 삶의 희망과 소망을 담도록 노력한 것은 물론이다. 또한 세상 곳곳의 소식을 담아 나르고, 예술과 과학을 알기 쉽게 변모시켜 대중의 곁으로 가져왔다. 이러한 지향점들은 대규모 조직 하에 이루어 졌는데, 17개의 주제별 부서를 조직하고 그 안에 편집위원과 자료조사위원을 책임자로 두었다. 기사 작성은 주로 예일대 출신을 채용했고, 기사 검증을 위해 역사가, 의사, 심리학자, 교육가 등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여 신뢰도를 높였다. 그러나 <라이프>를 가장 성공시킨 점은 무엇보다도 기사의 대부분을 글이 아닌 사진으로 구성한 점에 있다. <라이프>는 ‘포토스토리’라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는데, 이는 하나의 주제를 여러 장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는 것을 뜻한다. 포토스토리를 통해 인간과 세상의 이야기, 인간의 딜레마, 도전, 고통 등을 실감나게 담아냈다. 이것은 세상을 이미지의 시대로 이끌어낸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라이프사진전>을 처음 여는 것은 20세기 영웅들의 얼굴이다. 하나의 꿈을 외쳤던 마틴 루터킹 목사, 한줌의 소금을 들고 영국의 식민 통치를 흔들었던 마하트마 간디, 기득권의 모순을 비판하며 수상을 거부했던 장 폴 사르트르(노벨상 거부), 존 레논(영국 여왕 훈장 거부), 마론 브란도(아카데미상 거부)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두 번째 섹션인 ‘시대’에서는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역사의 교훈을 만날 수 있다. 올해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블랙리스트, 미국판 세월호 사건인 안드레아 도리아호 사건, 인종 차별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물대포로 흑인들을 무차별로 진압하는 백인경찰들의 모습은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과 관련된 사진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60년대 미국에 진출했던 최초의 걸그룹 김시스터지, 통일과 휴전사이에서 고뇌하는 이승만 대통령, 역사 교과서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대한민국 정부수립 국민 축하식 날의 풍경,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를 구출했다고 알려진 흥남철수 사진도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라이프>는 뉴욕시민의 대다수가 반경 800km를 떠나본 적이 없는 1930년대에 탄생했다. 당시 <라이프>는 가정에서 지구 반대편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과거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이처럼 <라이프>의 창간인 헨리루스가 80년 뒤의 인류에게 남긴 세상으로의 초청장은 여전히 놀랍도록 가슴 벅차다. 김성우 기자 [사진제공=유니크피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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