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로 아들을 잃은 한 미국인 아버지의 편지를 우연히 만난 후 실제 주인공의 흔적을 찾아 미국행을 감행한 열정과 사회를 향한 예리한 시선이 돋보이는 연극 <미국아버지>가 명동예술극장 무대를 통해 공개된다. 동시대 모순을 파헤치며 개인의 몰락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객석에 묵직한 파장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이 작품은 <햇빛샤워>, <환도열차> 등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동아연극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며 그 이름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 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미국아버지는> 지난 2014년 초연된 바 있는데,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국내 창작극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00년 뉴욕, 맨해튼 옆 저지시티. 국제금융전문가인 윌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남수단으로 NGO 활동을 하러 가겠다고 하고, 마약중독자인 윌의 아버지 빌은 자본주의에 대한 유일한 탈출방법은 돈을 최대한 많이 버는 것이라며 말다툼을 벌인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이라크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한 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아들 집에 얹혀살며 술과 마약에 중독된 아버지. 번듯한 증권맨으로 살고는 있지만 자본주의에 깊은 환멸감을 느끼고 있는 아들. 이 평범한 부자의 일상이 충격적인 테러와 전쟁에 맞물려 요동치기 시작한다. 증오와 분노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는 초연부터 자리를 지켜온 배우 윤상화를 만나 더욱 뜨겁고 강렬하게 심장을 파고든다. 연극 <그게 아닌데>로 제49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무대장악력과 집중력으로 객석을 다시 한 번 사로잡는다. 2004년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해 아들을 잃은 반전활동가 마이클 버그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번 작품은 테러, 신자본주의, 경제공황 등 오늘날 세계 곳곳의 이슈를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우리 사회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극단 이와삼을 이끌며 이제는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중견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자리매김한 장우재는 “인간을 그리고 싶었다. 마이클 버그가 예수나 선지자가 아니라, 인간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영웅을 그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인간을 그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전 지구적 문제가 된 테러와 신자본주의를 통해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이러한 증오로부터 과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쟁 같은 이 시대에 누가 그들을 죽였고 우리를 죽이려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연극 <미국아버지>는 오는 9월 6일부터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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