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 대표작가 5인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Hi, POP-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이 2017년 12월 15일부터 2018년 4월 15일까지 총 4개월간 M컨템포러리(르 메르디앙 서울) 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각국에 개인 소장된 작품 중 엄선한 160여 점을 국내 최대 규모로 선보이는 기획 전시로 미국 팝아트 운동의 부흥을 이끈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삶과 당대의 문화를 피부로 느껴볼 수 있다. 더욱이 당시의 시대상과 각각의 아티스트들의 특성을 반영한 공간 구성은 관람객들에게 팝아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 ‘대중적’이라는 말에서 따온 팝아트는 최초의 팝 아티스트로 알려진 리처드 해밀턴의 표현대로 순간, 저가, 대량생산, 위트, 상업성의 속성을 직관적으로 이용했으나 자신의 명성에 의해 영원, 고급, 유일성, 미학, 가치로 대변되는 1960년대 모더니즘 미술의 정수가 되었다.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 가볍게 떠오르는 팝아트의 이미지는 길고 긴 수사를 달고 무겁게 가라앉는다. 앤디 워홀의 ‘재난 시리즈’에 덧대진 심오한 해석을 떠올려 봐도 그렇다. 하지만 미술관에 걸린 팝아트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에 전혀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내 그림과 영화와 나를 보면 거기에 내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 앤디 워홀의 말대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 팝아트를 소비하면 될 뿐이다. 팝아트가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새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그 흔적을 되새기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Hi, POP-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은 대중문화에서 시작된 예술이 최상위 미술이 되기까지의 일련의 발자취를 다섯 작가의 활동으로 살펴본다. ‘미술관 벽에서 거리로 나온 미술’은 로버트 라우센버그에서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앤디 워홀을 지나 로버트 인디애나, 키스 해링으로 이어지는 팝아트의 변화상을 뜻하며 서로 다른 활동 시기와 독자적인 주제 의식을 고려하여 각각의 특색이 드러나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1950년대 미국 미술계의 중심에 있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하나의 반응으로서 라우센버그가 창안한 콤바인이 있었고 이를 팝아트의 중요한 동기로 삼는다. 이때 우리가 주목할 점은 신문, 거울, 침대 등 일상의 사물이 작품의 주재료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작품은 벽이 아닌 공간에 놓이게 되었다.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앤디 워홀이 라우센버그의 사물 활용법을 평면으로 재흡수 하였으나 그들이 사용한 벤데이 인쇄방식과 실크스크린은 그야말로 대량생산을 위한 가장 감각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나 워홀의 ‘마를린 먼로’는 단 하나의 작품이라는 원본 개념을 가뿐히 넘어서며 신성한 아이콘이자 무한 복제되는 값싼 이미지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가 가진 상징성이 있다. 팝아트가 대중문화에 뿌리를 둔 것처럼 이들의 작품은 미술관보다는 평범한 삶의 순간에 경험하는 것이 더욱 어울린다. <Hi, POP-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은 일상과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는 미술관에서 팝아트를 만나는 시간여행이다. 미술관 벽에서 빠져나온 팝아트가 거리의 풍경을 바꾸고, 다시 미술관에 안착했다. 오늘날 미술관이 팝아트가 말하고자 했던 대중문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팝아트라는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이자, 그 자체로서 하나의 완벽한 세계를 구축한 다섯 작가의 방은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팝의 도시 뉴욕의 모습을 닮았다. <Hi, POP-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에서는 1960년대 팝아트 운동이 일어난 시점부터 부흥기를 거친 뉴욕에서의 삶을 공간으로 느끼며, 개성 있는 각 작가만의 작품을 생생하게 관람하며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삶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일상과 그 안에 존재하는 사물과 대중매체가 시대를 대변하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편 5인의 아티스트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장 외에도 체험 공간 ‘프린트팩토리’에서는 앤디 워홀이 즐겨 사용하였던 실크스크린 기법을 실제 체험할 수 있다. ‘프린트팩토리’는 전시 관람객 대상, 소정의 금액으로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자들은 실크스크린으로 자신이 손수 찍은 팝아트 이미지가 담긴 에코백을 가져갈 수 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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