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세련된 구성과 매혹적인 넘버들이 지배하는 무대
원작을 변주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인 동시에 많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하는 행위다. 특히 대상이 대중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회자되면서 굳건한 팬 층을 형성하는 작품일 경우에는 더 그렇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저승편>이 뮤지컬로 재탄생한다는 소식을 최초로 전해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감과 함께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그러나 뮤지컬 신과 함께 저승편은 2015년 초연 당시 대흥행을 기록하며 이러한 대중들과 평론단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후 커다란 성공을 거둔 지난해 공연을 거쳐 올해 세 번째 공연을 맞이한 본 극은 서울예술단 고유의 저력이 한층 진하게 녹아든 구성, 연기력과 강렬한 넘버들을 선보이며 세 번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본 극은 원작에 충실하되, 한편으로는 충실하지 않다. 저승과 이승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양대 기둥인 진기한 변호사와 강림도령의 입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해학적인 면모를 강화했다. 감정선은 이전 공연들과 유사하다. 이승과 저승에서 펼쳐지는 서사적 격랑이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심리의 파도에 관객들은 마음을 빼앗긴 채 울고 웃는다. 관객들은 때 묻은 중생들이다. 누구나 저마다 커다란 죄의식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본 공연은 이러한 관객들의 잠재의식을 자극해 구원을 갈구하고 본인이 쌓아온 악업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러한 ‘과하지 않은 계몽적 메시지’와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려는 노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서울예술단의 저력에서 본 공연의 미덕을 발견할 수 있다. 지옥의 문턱에 갓 떨어진 여린 영혼 앞에 진기한 변호사가 등장하는 장면이 극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면서 주제를 압축한다. 현세와 지옥은 오늘도 가혹하게 죄를 강요하고, 또 그 죄의 대가를 묻는다. 하지만 종극에 관객들 앞에서 “단 한명의 억울한 영혼도 만들지 않겠다”며 한결같은 의욕을 보이는 진기한 변호사의 모습에서 우리는 작지만 지옥에 대한 공포도 이겨낼 강한 희망을 을 발견한다.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4월 15일까지. 이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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