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짧은 시 한편 정도는 외우고 다니던 낭만적 사회가 있었다. 하지만 산업의 발달과 함께 실용주의가 중시되면서 어느새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사회로 변모했다. 자본주의에 적합한 생산성을 갖춘 인간들은 더 이상 시를 쓰지도 읽지도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행복해졌던가? 극소수의 사람들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한된 자본을 좀 더 갖고자 무한 경쟁을 하는 사이, 인간성만 더 참혹하게 훼손되지 않았던가?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현대 사회는 다시 인문학의 가치에 주목한다. 과연 그것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시와창작작가회>의 임채화 회장을 만나봤다.
<시와창작작가회>가 걸어온 10년의 역사. 지난 10월 12일 <시와창작작가회>의 10주년 기념행사가 광명시 가학동에 있는 가학광산 예술의 전당 무대에서 실시되었다. 1, 2, 3부로 나누어 진행된 행사에는 많은 문학인들과 귀빈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특히 이 날 행사는 시 낭송회, 노래, 악기 연주, 비보이 댄스공연, 문학 강연 등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제공되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이 날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동분서주해 온 임채화 회장의 감회는 좀 남달랐다. “시와창작작가회는 등단한 문인들의 모임입니다. 사실 많은 등단자들이 수 년 안에 작품 활동을 포기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글 쓰는 사람의 자부심과 현실의 괴리감이 클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더욱이 문학인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고 교류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문학의 종언을 선언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춘문예 응모기간이 되면 그 경쟁률이 하늘을 찌른다. 학창시절부터 백일장을 휩쓸고 다니고, 막대한 등록금을 들여 문학을 전공하였다고 해도 1년에 한 번 있는 신춘문예의 당선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춘문예에 10년 넘게 문을 두드리고도 등단을 하지 못한 사람의 수가 더 많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등단하게 된 ‘신의 자식’도 대부분이 첫 작품집도 발표하지 못하거나, 글로써는 도저히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어 다른 직업을 찾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자본주의적 언어로 말하자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인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임 회장은 죽어가는 인문학에 호흡기를 다는 심정으로 문학인들이 더 자발적으로 만나고 더 많은 것을 나누기를 꿈꾼다. 인문학의 위기와 시의 종말을 탓하기 이전에 내부에서 더 치열하게 작업하여, 그로써 새로운 문학의 장르를 개척하고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와창작작가회>가 걸어온 10년의 세월은 등단자들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글쓰기를 하도록 독려해 온 시간의 연속이었다.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많은 폐단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인간과 그 인간들에게 고통 받고 있는 자연의 대해 고뇌해 온 시간이었다. 시는 시대의 심장이고, 시인은 시대의 눈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시의 순기능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게 되는 그날까지 <시와창작 작가회>와 임채화 회장은 끊임없이 쓰고 또 쓸 것이다.
시와 그림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
임채화 회장은 시인으로 또 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왔다는 임 회장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지난 10월에는 인사동 ‘하나로 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해 화가로서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글을 쓰는 일과 그림을 그리는 일이 너무 다른 재능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 같지만 임 회장에게는 그것이 매우 유기적이며 조화로운 작업의 형태다. “시를 쓸 때는 한편의 풍경화를 떠올리며 집필을 하고, 그림을 그릴 때는 그 그림에서 한편에 시를 떠올릴 수 있도록 구상을 하죠. 저는 때 묻은 사람들의 아픔 마음을 보면 옛 시절의 향수가 그리워요. 사람들이 저희 그림을 통해 동심의 세계로 또 자연으로 회귀하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성공적으로 <시와창작작가회>의 10주년 행사와 미술 단체전을 마친 임채화 회장은 요즘 새벽 4~5시까지 시를 쓰는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12월 초에 첫 번째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너무 설레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집필하고 있어요. 사실 글과 그림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둘 중에 무엇이 더 소중하다고 정의할 순 없어요. 그저 지금껏 그러한 것처럼 앞으로도 글과 그림을 병행하며 예술을 즐기고 살고 싶습니다.”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 자체인 임채화 회장의 모습에는 언제나 기품이 넘친다. 그래서 그녀를 보면 어떻게 하면 더 풍족하게 사느냐 보다 어떻게 하면 더 제대로 살 수 있는가에 대해 자문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인문학은 자본주의 말기의 폐단을 줄여줄 대안으로 그 가치와 생명력을 다시 획득해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각박한 세상에서도 어딘가에 시인이 존재하고, 오늘도 새로운 시가 쓰여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작품 세계를 이어온 시인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고 싶다. 그리고 <시와창작작가회>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그날까지 그 중추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번 달에는 우리 모두 짧은 시를 하나 외워보는 건 어떨까? 임채화 회장의 첫 시집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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