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시대를 뒤흔든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가 창작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빛낼 기념비적인 작품으로서 관객이 뽑은 올해 가장 기대되는 창작뮤지컬(공연 웹진 플레이디비 설문조사)로 선정된 바 있다.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물인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괴물로 만들어 귀족들의 놀잇감으로 팔던 인신 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기이하게 찢겨진 입을 갖게 된 어린 그윈플렌은 매서운 눈보라 속에 홀로 버려진다. 살을 에는 추위 속을 헤매던 그윈플렌은 얼어 죽은 여자의 품에 안겨 젖을 물고 있는 아기 데아를 발견하고 우연히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를 만나 도움을 청한다. 우르루스는 평소 인간을 혐오하지만 두 아이를 거두기로 결심하고 그윈플렌의 기형적인 미소와 눈 먼 데아의 이야기를 이용해 유랑극단을 꾸린다. 어느덧 성장한 그윈플렌은 기이한 미소 덕분에 유럽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광대가 되고 그의 공연을 본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는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다. 생애 처음으로 귀족인 조시아나에게 구애를 받은 그윈플렌은 고혹적인 그녀의 유혹에 순수했던 마음이 흔들리고, 우르수스와 데아는 그런 그윈플렌의 모습에 남몰래 가슴앓이를 한다. 그러던 중 그윈플렌은 ‘눈물의 성’이라는 악명 높은 고문소로 끌려가게 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간신히 평화를 찾았던 세 사람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17세기 영국, 어린이 인신 매매단 ‘콤프라치코스’가 기형의 모습을 한 소년을 내버리면서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시작된다. 빅토르 위고는 동명 소설에서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콤프라치코스’에 대해 상세히 묘사한다. 스페인어로 ‘사다’를 의미하는 ‘Comprar’와 아이들을 뜻하는 ‘Chicos’를 조합해 ‘아이들을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콤프라치코스는 일상이 무료한 귀족들 사이에서 기형의 신체를 가진 아이를 수집하는 것이 유행하자, 아이들을 납치해 신체를 훼손하고 귀족에게 팔아넘기는 만행을 자행한 범죄 집단이었다. 빅토르 위고는 콤프라치코스가 칼로 얼굴을 그어 미소를 만들어낸 탓에 평생 웃을 수밖에 없는 광대로 살아가는 그윈플렌을 통해 인간의 탐욕을 비난한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통렬한 비판과 법,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뮤지컬 <웃는 남자>의 주제로 이어진다. “인류가 존재한 이래 부유한 자들은 늘 가지지 못한 사람을 착취해 왔으며 우리는 아직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로버트 요한슨 연출의 말은 뮤지컬 <웃는 남자> 역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의 장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통해 관객은 사회 정의와 도덕, 법, 인간의 존엄성 등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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