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영혼에 예술적 총격을 가한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이 서울에서 최초로 대규모 단독 전시회를 갖게 된다. 자유로운 기쁨의 에너지와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통찰을 동시에 담은 현대미술 작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의 전시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이 6월 30일부터 9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된다.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과 개인적 상처를 바탕으로 한 모성과 여성성의 도발적인 표현 등을 통해 미술사적으로 크게 평가받는 니키 드 생팔의 작품 127점이 이번에 서울을 찾는다. 니키 드 생팔의 개인적인 삶과 예술세계를 깊숙이 조망해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 만큼 관람객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니키 드 생팔은 기울어가는 가세에 미국으로 이주해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미국과 프랑스 추상회화의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1960년대 현대미술에서 누보 레알리즘의 유일한 여성작가로 인정받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니키 드 생팔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성적 학대와 결혼 생활에서 강요받은 가부장적 여성성 등 권위에 굴복하는 경험들이 이어져 우울증까지 겪는다. 이러한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받기 시작한 미술치료가 계기가 되었고 마침내 ‘니키 드 생팔’로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다. 여성에 대한 물리적 폭력과 남성 중심적 환경에 의한 정신적 폭력을 고발한 퍼포먼스 형식의 작품 <사격회화>나 풍만한 체형의 여성을 모델로 한 <나나> 연작은 세계적으로 미술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킴과 동시에 그 작품성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지금까지 크게 사랑받고 있다. 예술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했던 그녀는 1970년대 후반부터 2002년 사망할 때까지 작품 활동에 매진하여 일생의 꿈이었던 <타로공원>이라는 기념비적인 조각공원을 남기기도 했다. 신화와 전설을 혼합한 상상력으로 지어낸 타로공원은 환상적인 문화공간으로써 대중들에게 치유와 기쁨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예술로 승화한 니키 드 생팔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과거 유럽에서 개최되던 수많은 회고전과 달리 주제별로 그녀의 작품을 구성하여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개인적 상처와 치유, 만남과 예술, 대중을 위로하는 상징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전시 구성으로 니키 드 생팔의 일생을 관통하는 주제를 내보임으로써 관람객들에게 그녀의 삶과 예술을 더욱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이번 전시는 세계 최초의 니키 드 생팔 미술관인 일본 니키 미술관 관장이었던 요코 마즈다 시즈에의 소장품으로 꾸며진다. 시즈에 관장은 니키 드 생팔 작품 <연인에게 러브레터>를 보고 “1960년대 니키가 쏜 총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내 가슴에 꽂혔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받았고 그 후 니키 드 생팔과의 동질성을 느끼며 그녀의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니키 드 생팔 또한 일본 교토에 처음 방문하여 받은 영감을 <부처>로 형상화하는 등 생애 마지막에 이르는 20여 년간 교류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다. 작품 콜렉터 요코 마즈다 시즈에의 아들 쿠로이와 마사시와 그의 아내 쿠로이와 유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작가 니키 드 생팔과 그녀의 예술세계, 콜렉터 요코 마즈다 시즈에와의 인연과 우정 등의 이야기가 이번 전시 구성의 골격이 되었다.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전시장 내 모든 촬영을 전격적으로 허용했다는 점에 있다. 이는 소통과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작품 활동을 통해 관객에게 큰 울림을 주는 니키 드 생팔의 자유분방한 작가정신에 따른 것이다. 그럼으로써 관람객들이 원색의 강렬한 니키 드 생팔의 작품 안에서 자유롭게 관람하고 감상의 기쁨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쌍방소통의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의 작품들은 그녀 특유의 대담하고 당당한 표현을 통해 최근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비도덕적이고 불합리한 일들로 고통 받은 관객들의 심리적인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개개인이 겪고 있는 모든 억압에 대한 짜릿한 해방감도 선사할 전망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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