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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를 파괴하여 모험의 장을 열다

<피카소와 큐비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2019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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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술의 보고 파리시립근대미술관 소장의 진품 명작 90여점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단독 기획전이 열린다. 서양미술사의 대혁명이라 일컫는 입체주의 회화의 모든 것을 담은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는 입체파 탄생 110주년을 기리는 취지로 기획되어 3년간의 준비 끝에 빛을 보게 되었다. <피카소와 큐비즘>은 형태 파괴를 통해 20세기 미술의 모험의 장을 열어준 서양미술사의 가장 위대한 미술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입체주의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미술 역사교육에 초점을 맞춘 전시다.
1907년 바르셀로나의 여인들을 묘사한 피카소의 기념비적인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로 상징되는 입체주의는 예술표현의 형식적 한계를 과감히 파괴했다. 또한 입체주의는 근현대미술의 모험적 시대를 연 르네상스 이래 서양미술사의 가장 획기적인 미술사조이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를 묘사하는데 국한되었던 전통회화는 복합적인 화면 분할과 조합을 통해 인간 내면세계에서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까지 표현 가능한 영역으로 이끌어낸 입체파 화가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본질적 변화를 맞이했다.
사실적인 모사를 과감히 파괴한 입체파 화가들의 획기적인 표현은 추상미술의 탄생뿐만 아니라 20세기의 다양한 창작의 시대를 여는 모토가 되었다. 현대미술의 모험의 시대는 입체파 화가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입체주의 미술운동의 흥망성쇠를 더듬어보는 교육적 의미로 구성된 이 전시는 공간분할과 색채구성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다양한 작가들의 풍성한 진품 명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는 입체주의의 탄생과 소멸에 이르는 연대기적 전시구성을 택하고 있다. 이에 이번 전시는 그 흐름에 따라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돼있다. 우선 ‘입체주의의 기원, 세잔과 원시미술’은 아프리카 원시미술과 후기인상주의 대가이자 근대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번 섹션에서는 파리시립미술관 소장 아프리카 원시조각 작품을 통해 입체파의 태동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기원을 찾고, 이스라엘 국립미술관 소장 세잔의 풍경화를 통해 그가 왜 근대미술의 아버지로서 입체파 탄생의 밑거름이 되었는지 설명한다. ‘입체주의의 발명, 피카소와 브라크’ 섹션은 서양미술사의 보편적 서술에 따라 피카소와 브라크를 입체주의의 발명가로 동등하게 인지하는 견해에서 출발한다. 1907년 파리 몽마르트의 작업실에서 완성된 피카소의 걸작 ‘아비뇽의 처녀들’과 조르주 브라크의 ‘에스타크의 집’은 입체파회화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1907년에서 1918년에 이르는 초기입체주의 회화의 탄생과 발전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입체주의 회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섹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 번째 섹션 ‘섹세옹도르(황금분할)과 들로네이의 오르피즘’은 이른바 ‘황금분할파’를 조명하는 섹션이다. 파리근교 서쪽마을 퓌토에 있는 뒤샹의 집에서 시작된 후기입체파 작가들은 예술에 수학공식을 접목하여 엄격한 화면구성을 지향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기하학의 완벽한 대칭을 의미하는 고대 황금분할법을 예술에 접목하려 했던 그룹운동으로 1920년대 말까지 지속돼 흔히 후기 입체주의 화가들이라 통칭하기도 한다. 로베르 들로네와 그의 아내 소니아는 화면에 시간개념을 도입하고자 선명한 원형의 선과 율동적인 색채를 사용해 감각적이고도 환상적인 화풍을 구축했다. 고대 그리스의 오르페이즘을 본따 오르피즘이라고도 지칭되는 이들의 화풍은 입체주의 종말과 추상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가라앉은 예술계 분위기는 입체주의의 종말을 알리는 듯 침울했다. 많은 예술가들이 전쟁에 동원돼 파리를 떠났고 예술 작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자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 활동을 재개했다. 많은 예술가들은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고전주의에 대한 찬사를 통해 전쟁으로 무너진 국가의 위계질서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을 시도하고자 했다. 들로네와 레제와 같은 예술가들은 추상주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후안 그리스는 입체파의 화풍에 시적 차원을 가미한 좀 더 고전적인 스타일을 시도했다. 레제는 전쟁이 가져온 익명성과 새로움에서 영감을 받아 실제 세계를 작품 속에 표현하는 작업을 멀리하게 되었다. 레제의 작품들은 점점 더 추상화에 가까워졌다. 이들은 본래 입체파가 추구하던 생략과 단순화의 원칙은 버렸지만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입체파가 남긴 깨달음을 간직한 채로 자신들의 직관과 시대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예술적 활로를 모색해나갔다. 레제, 들로네, 마르쿠시, 발미에, 쉬르바주, 크로티 등은 그 시점 이후부터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내면서 오늘날 입체파의 다양한 분파를 발전시켜 입체주의를 비로소 완성시킨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1,2차 세계대전 사이의 입체주의’ 섹션은 바로 이러한 이야기를 총체적으로 담아냈고, 마지막 섹션 ‘대형장식화 1937~1938년’으로 전시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와 같이 입체주의는 19세기 대량으로 유럽에 들어온 아프리카 원시미술과 세기말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폴 세잔에서 그 기원을 찾아야 한다. 이번 전시에 특별 대여한 이스라엘 국립미술관 소장의 세잔의 후기 풍경화 작품과 파리시립미술관 소장의 아프리카 원시 조각 작품은 입체파 탄생의 기원에 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도울 것이며 입체파를 이끈 두 거장 피카소와 브라크의 절정기 작품들은 입체주의의 진수를 선물할 것이다. 또한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주의를 응용 발전시킨 비정형적 색채주의 오르피즘의 작가 로베르 들로네와 소니아 들로네, 기하학적 입체파 화가 페르낭 레제의 걸작들은 오직 이번 전시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입체주의 회화의 색채감 넘치는 명화들이다. 이렇듯 입체파 운동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20여 작가들의 다양한 걸작을 만날 수 있는 <피카소와 큐비즘>은 지난 12월 28일 시작돼 오는 3월 31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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