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실주의 및 자연주의 회화는 표현양식 및 형식의 제한으로 회화적인 상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한국 구상회화 역시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 또는 인상주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구상회화의 폭이 넓어지고 구상화단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활성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사실주의와는 다른 보다 현대적인 미적 감수성을 작품에 반영하는 작가들의 출현은 매우 고무적이다. 소재 및 대상도 정물이나 초상화 형식에 국한하지 않는 다양하고 폭넓은 시야를 보여준다. 김정화 작가는 서양화가로서 국내 화단의 보석과도 같은 존재다. 내면의 울림에 대한 이미지 작업을 거치고, 동화 같은 환상적 의미들을 다양한 기법과 강렬한 색채들로 전달하며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김정화 작가를 만났다.
작가의 손끝으로 태어난 작품은 어떤 형태로든 관객들과 교감을 하게 된다. 작가로부터 새로이 창조된 화면은 비단 같은 주제와 테마를 지니고 있을지라도 여타 작품과는 다른 본질적인 차별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김정화 작가는 자칫 가벼울 수 있는 소재를 조형적 복합성으로 처리하는 독특한 작업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화면의 공간감, 윤곽의 처리, 색과 색에 대한 반응의 효과 등을 활용함으로써 김정화 작가만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들을 거듭 발표해왔다. 그 결과 김정화 작가는 부산, 대전, 서울, 뉴욕, 파리, 암스테르담, 후쿠오카 등지에서 총 16회에 달하는 개인전을 연 것을 비롯해 220여회의 국내외 부스전, 초대전, 기획전 등을 가졌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그녀는 제 7회 대한민국미술인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신미술대전작가상, TJB방송국 형상미술전 공모전 대상, 충청미술대전 대상, 세계미술교류대전 최우수상,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우수상, 대한민국회화대전 우수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김정화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를 지냈고 (사)한국미협, (사)한국여류화가협회 회원이자 한국미협 이사,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예총 자문위원, 신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예원예술대학교 및 원광대학교 강사를 지냈으며 후학양성에도 만전을 기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16번째 개인전 ‘하모니’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 조형예술대학원 순수미술학 박사과정을 졸업한 김정화 작가에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뜻 깊다. 바로 대망의 16번째 개인전이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기자는 김정화 작가에게 감회를 물었다.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겹겹의 시간이 쌓여 16번째 개인전을 눈앞에 두었습니다. 감회가 정말 새롭습니다. 이번 개인전은 어울림-조화-화합이라는 주제를 먼저 설정하고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기까지는 꽃잎 하나에도 삼라만상의 모든 이치가 결합되어 피어나지만, 잠시 뽐내고 한순간 사라져갑니다. 아마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김정화 작가는 “비정형 즉 드립핑· 올-오버로 시작해서 서로 자동으로 선과 면과 컬러가 섞여서 자연스럽고 서정적인 추상형태가 된다. 여기서 만족할 수 있는 회화가 될 수 있지만 1차 작업으로 끝나면 추상자체의 창의적 형태가 때로는 난해한 작품이 될 수도 있고 대중성이 없다는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2차와 3차 작업에서 상징과 재현적 대상을 구체화 시켜 반비구상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항상 독특하고 감각적인 모티브로 선택해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개인전 ‘하모니’에서는 인간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순리대로 자연의 흐름에 따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그녀는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천천히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적인 삶이 그립고도 그리운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과도 같은 전시회가 된 김정화 작가의 16번째 개인전 ‘하모니’는 2019년 6월 19일부터 24일까지 천주교서울대교구 갤러리 1898 명동성당 지하1층 제1전시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목단, 가족, 뮤직, 양귀비 등 신작 다수 선봬 김정화 작가는 이른바 미술 한류에도 큰 이바지를 하고 있다. 형체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무의식과 우연성을 중요시하여 명상을 구가하는 듯한 조형성에 기반을 둔 그녀의 작품은 국내는 물론 뉴욕, 파리 등 미술 선진국에서도 극찬을 받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김정화 작가가 뉴욕 4회, 파리 2회, 암스테르담, 후쿠오카 등을 넘나들며 개인전을 열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저의 16번째 개인전 ‘하모니’에서 비단향꽃무를 든 여인을 비롯해 목단, 가족, 뮤직, 양귀비 등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한 제 신작을 다수 선뵈었습니다. 제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 주신 많은 분들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녀는 ‘열정’이란 단어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작가다. 치열하게 부딪쳐가는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더욱 확장하고 있는 김정화 작가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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