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주류 미술사에서 벗어난 대안적 미술 언어를 제시한 아스거 욘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 열린다.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전이 지난 4월 12일 시작돼 오는 9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과 서울박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1950~70년대 ‘코브라’,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등 사회 참여적 예술운동을 주도했던 덴마크의 대표작가 아스거 욘을 위한 전시다. 덴마크 실케보르그 욘 미술관과 협력하여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출판물, 도자, 직조, 아카이브 등 총 9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명 ‘대안적 언어’는 서유럽 중심 미술사에서 벗어난 대안적 미술사 쓰기를 제안한다는 의미다. 작가가 일생 동안 ‘대안적 언어’로서 추구한 예술적 실험, 정치적 참여 그리고 사회운동가로서의 면모는 주류미술사에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서술된 미술사는 아스거 욘의 회화적 표현에만 집중해왔다. 이번 전시는 ‘실험정신, 새로운 물질과 형태’, ‘정치적 헌신, 구조에 대한 도전’, ‘대안적 세계관, 북유럽 전통’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첫 번째 주제에서는 고전적 미술 언어의 틀을 깨는 아스거 욘의 초기 작업을 살펴본다. 욘은 예술은 하나로 정의될 수 없으며 지속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욘은 피카소나 미로 등의 작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한 ‘전환’을 시도하며 다양한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두 번째 주제에서는 아스거 욘의 사회적,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는 그룹 활동 코브라,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등을 소개한다. 1948년 결성된 코브라는 코펜하겐, 브뤼셀, 암스테르담의 앞 글자에서 따온 명칭으로, 여기서 욘은 공동체 활동과 연대, 창의성에 바탕을 둔 대안적 문화를 실험하고자 했다. 1957년 결성된 SI는 예술의 상품화를 지양하고 소비 자본주의를 비판했으며 예술적 창의력을 일상생활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세 번째 주제에서는 북유럽 전통으로부터 대안적 이미지를 탐구한 아스거 욘의 연구를 살펴본다. 욘은 SI를 떠나 1961년 스칸디나비아 비교 반달리즘 연구소(SICV)를 설립했다. SICV는 스칸디나비아 중세 예술 연구를 통해 북유럽 문화가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관객 참여형 작품 <삼면축구>를 선보인다. <삼면축구>는 아스거 욘이 고안한 경기 방식으로 세 팀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여 실점을 가장 적게 한 팀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골득실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일대일 경기와 달리 <삼면축구>는 세 팀의 공격과 수비가 균형을 이뤄야 승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아스거 욘이 냉전시대 미·소 양국의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예술을 통해 찾고자 한 대안적 세계관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공동체와 소통하며 사회운동가로서 예술가의 역할을 고민한 아스거 욘의 작품세계를 통해 국내 관객들로 하여금 삶과 예술의 관계를 사유하고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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