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의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인 베르나르 뷔페의 국내 최초 대규모 단독 회고전이 열린다. <베르나르 뷔페展>은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푸쉬킨 박물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의 회고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을 비롯하여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4-5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을 포함한 총 92점의 유화작품들과 한 편의 영화 같은 그의 삶을 소개하는 영상 및 사진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 혼돈의 시대에 태어나 일찍이 천재로 인정받은 화가, 베르나르 뷔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사조로 설명할 수 있는 작가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뷔페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공포 속에서 살았다. 그 시절에는 먹을 것과 그릴 것만 찾아 다녀야 했다”라고 말하며 삭막하고 쓸쓸한 풍경, 메마른 사람들 그리고 좌절의 초상을 그려냈다. 황량했지만 자유로웠던 세상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색상과 스스로 창작해낸 방법으로 그려낸 캔버스는 많은 이들의 외롭고 지친 감성을 대변해주며 공감을 자아내었다. 그 결과, 1948년 10대 청년이었던 뷔페는 유명한 비평가상을 받으며 프랑스 화단에 혜성처럼 나타나 모두를 열광케 했다. 1958년 베르나르 뷔페는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지성과 감성의 문인 프랑수아주사강 등과 함께 뉴욕 타임즈의 ‘프랑스의 가장 뛰어난 젊은 재능 5인’으로 선정되었다. 또 당시 70대였던 거장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렸던 30대 청년 뷔페는 ‘꼬네상스 데자르 매거진’에서 프랑스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레지옹 도뇌르 문화훈장을 2번이나 수여받은 프랑스의 20세기 최고이자 마지막 구상회화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베르나르 뷔페의 시대별 주요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초반에는 유명해지기 시작한 1940년대 후반,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1950년대의 대표적인 정물화와 인물초상화 그리고 평생의 뮤즈이자 아내였던 아나벨과 서커스 테마가 등장하는 1960년대의 대표작들을 보여준다. 전시 중반은 거친 직선으로 표현한 잔혹한 아름다움을 가진 건축 풍경화와 강렬한 색상이 특징인 인물화 그리고 오디세이와 같은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대작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은 1990년대의 작품들로 구성되며 뷔페가 죽기 전까지 작업하였던 화려한 색상의 광대 시리즈와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추상회화를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유지하며 그 어떤 혹평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은 진정한 화가였던 뷔페는 파킨슨병으로 인하여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자 1999년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살아생전 한 인터뷰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베르나르 뷔페는 “모르겠어요. 아마도 광대일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이는 자신이 그렸던 광대나 서커스의 테마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면과 외면의 이중성에 대한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일 것이다. 뷔페는 5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작품 활동을 하며 본인이 마주하는 일상 속의 사물이나 사람 그리고 본인의 초상을 캔버스에 담았다. <베르나르 뷔페展>에서는 이처럼 50년 동안 이어진 뷔페의 시대별 대표작품을 유화작품 92점과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9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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