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명화가 한자리에 모인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근현대명화전 <근대의 꿈: 꽃나무는 심어 놓고>를 7월 2일부터 9월 15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2와 프로젝트갤러리 2에서 개최한다. 본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30여 명(구본웅, 권진규, 김기창, 김인승, 김환기, 나혜석, 남관, 박래현, 박수근, 유영국, 이대원, 이유태, 이마동, 이중섭, 장우성, 장욱진, 천경자 등)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이태준의 소설 『꽃나무는 심어 놓고』에서 빌려온 이번 전시 제목은 임시정부수립 100년이 된 현재, 우리의 근대가 가졌던 내재적 모순과 그 안에서 이루어 낸 변화들에 주목하여 근대기에 제작된 주요 작품을 통하여 근대화의 물결이 초래한 우리의 삶과 인식의 변화, 그리고 근대적 시각의 확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시는 <근대인의 탄생>, <시각성의 확장>, <보편성을 향하여> 등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신문물의 도입이 가져온 자아의식의 변화, 주체와 객체의 관계 변화에서 나타나는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인식하는 방식의 변화, 그리고 예술가들이 바라왔던 동시대성을 향한 욕구가 이 세 주제에 담긴다. 근대기 신문물이 도입된 이후 우리의 삶은 빠르게 변화되었다. 다양한 문명의 이기와 신식교육의 도입은 외적인 양상 뿐 아니라 자아 인식, 개인과 사회의 관계, 주체와 객체 관계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새 시대의 인간은 가문 위주의 신분 구조에서 벗어나 목표를 정하고 개인의 능력을 경주한다. 새로운 직업인으로서의 화가는 독자적 지위를 부여 받았으며, 여성 역시 근대 교육의 주체인 신여성으로 인식되었다. 가족 간의 관계 역시 변화된다. 근대 가족은 남녀 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애정이 담긴 아이들의 모습이 화폭에 나타난다. 신식 교육을 수료한 근대인의 정신은 관념과 이상의 사변적 태도에서 벗어나 일상에 근거한 내 주변의 실재를 탐색하고 관찰하게 된다. 이지적 사고의 발달은 실물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결합하여 고전주의 방식뿐 아니라, 과학적 보기 방식의 사물 분할, 빛의 조건에 따른 화면 구성 등 다양한 조형적 실험으로 이어진다. 사물과 자연을 대상화한 정물화와 풍경화의 등장은 객체를 보는 것에 대한 우리의 시각성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정물은 길상적 상징 기능에서 벗어나 주체의 감정을 투영하는 대상으로, 관념화된 산수의 모습은 나의 주변을 둘러싼 일상의 풍경으로 변화하였다. 일제 강점으로 인하여 착종된 우리의 근대화는 처음부터 내재적 모순을 안고 출발하였지만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새롭게 변화한 우리의 삶을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들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당시 세계의 공통 조형 언어인 추상미술에 대한 시도는 우리의 근대 주체들이 꿈꾸었던 보편성을 향한 염원을 드러내는 것으로, 마지막 장에서는 이 추상 시도가 어떻게 자주적으로 발현되었는지 살펴본다. 단순한 양식적 유사성이 아닌, 우리의 자연과 전통을 결합하고 그것을 조형적 요소로 환원함으로써 우리의 추상은 국제무대에서 동시대적 보편성을 획득해 나가게 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사회와 미술의 상관성을 보여주는 성인 대상의 학술 강좌 <한국 근대 미술과 문화>가 7월 11일부터 9월 5일까지 매주 목요일 15시부터 17시까지 진행된다. 또한 여름 방학에 맞추어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 6인과 함께하는 교과서 속 「한국근현대미술」 감상가이드가 준비되어 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실제로 접해보고, 감상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학생 스스로 작품을 이해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서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이번 전시를 소개하였으며, 전시와 연계행사를 관람한 오한아 의원은 “북서울미술관은 지역과 상생하는 미술관의 모델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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