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하게 엇갈린 화려한 비극이 다시 시작된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의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갖고 혁명을 선도하는 허구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해 진실과 정의의 참된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4년 한국 초연 당시 무대, 의상, 안무는 물론 대본과 음악까지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대대적 수정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마리 앙투아네트>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평균 객석점유율 92%를 기록한 것은 물론 총 관객수 14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신화를 기록했다. 화려한 궁전의 한 가운데,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귀족들 사이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모두를 압도하며 등장한다. 무도회가 한참 무르익을 즈음, 마그리드 아르노라는 한 불청객이 불쑥 찾아 든다. 마그리드는 자신과 시민들의 궁핍한 삶을 호소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귀족들의 냉담한 비웃음뿐이다. 한편 파리의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보석상 루이 샤를르가 찾아와서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팔려고 하지만, 그녀에게 거절당한다. 각기 다른 이유로 마리 앙투아네트를 끌어내리려는 오를레앙 공작, 거리의 시인 자크 에베르, 마그리드 아르노는 왕비에 대한 온갖 추문들을 만들어내며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거짓 소문들을 퍼뜨린다. 보석상 샤를르 뵈머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팔려고 했던 목걸이가 발단이 되어 마리 앙투아네트는 억울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민중으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민중의 불만은 폭발하고, 자코뱅 당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공포 정치’가 시작된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랑하는 악셀 폰 페르젠 백작의 도움으로 왕가는 도주를 시도하지만 바렌에서 체포되어 파리로 돌아오는 수모를 당하게 된다.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남편 루이 16세의 뒤를 이어,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공개 재판을 받은 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마그리드는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이렇듯 <마리 앙투아네트>의 한국 버전에서는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함께 스토리를 대대적으로 각색해 캐릭터의 비중과 성격에 변화를 주었다.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허구의 인물인 마그리드 아르노를 중심으로 극이 흘러가는 반면 한국 버전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과 사랑에도 초점을 맞추어 프랑스 혁명 시기의 혼란한 시대적 배경과 두 여인의 드라마틱한 삶을 더욱 극적으로 대비되게 하였다. 평범한 여자아이였지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대로 살아야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적국의 공주라는 이유와 그녀를 둘러싼 사건들로 오해를 낳아 결국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보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또한 프랑스 빈민들을 선동하고 정의와 평등을 부르짖었던 마그리드 아르노가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점차 정의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되는 모습과 죽음이 다가올수록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여주어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에 더욱 공감 할 수 있도록 했다. 공연은 오는 11월 1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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