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는 스페인어로 ‘천사의 도시’라는 뜻이다. 하지만 ‘누아르의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1940~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음울하고 냉소적인 범죄영화가 많이 나왔을 때, 프랑스 평론가 니노 프랑크가 ‘필름 누아르’로 명명하면서 LA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누아르(Noir)는 프랑스어로 ‘검다’는 뜻인데, LA가 필름 누아르에서 어떤 스타 배우들보다 존재감이 컸기 때문이다.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존 애덤스가 2009년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헌정한 관현악곡의 제목도 ‘시티 누아르’였다.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은 바로 LA 배경의 필름 누아르를 무대로 가져온 작품이다. 198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1940년대 후반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탐정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작가 스타인과 그가 만든 시나리오 속에서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사립탐정 스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현실 세계는 컬러로, 시나리오 속 이야기는 흑백으로 표현함으로써 그때까지 본 적 없는 독특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1940년대 할리우드, 새로운 영화 <시티 오브 엔젤>의 제작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각본가 스타인은 타자기와 씨름하며 영화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가 작업중인 시나리오 속 주인공 스톤은 로스엔젤레스의 사립탐정. 스타인은 잘나가는 영화 제작자 버디로부터 시나리오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고치라며 사사건건 간섭받고, 그의 창작활동은 점점 혼돈의 극으로 치닫는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사이 콜먼(1929~2004)이 작곡, 래리 겔바트(1928~2009)가 대본, 데이비드 지펠(1954~)이 가사, 마이클 블레이크모어(1928~)가 연출을 맡은 <시티 오브 앤젤>은 1990년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극본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무대디자인상 등 주요 6개 부문을 휩쓸었다. 필름 누아르에 대한 오마주가 담긴 재기발랄한 스토리, 스윙재즈를 비롯해 재즈 스코어로 가득 채운 음악, 한 무대에서 컬러와 흑백의 대비를 보여주는 참신한 연출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감탄을 자아낸다. 이러한 <시티오브엔젤>의 한국초연을 앞두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공연계를 들썩이게 할 초특급 제작진이 뭉쳤다. 강한 개성과 섬세한 연출로 제3회 뮤지컬어워즈 연출상을 수상한 오경택 연출과 한국 최고의 스타 음악 감독 김문정을 비롯해 눈을 뗄 수 없는 참신한 안무로 제3회 뮤지컬어워즈 안무상을 수상한 홍유선 안무가와 이엄지 무대디자이너, 이우형 조명디자이너, 권지휘 음향디자이너, 박준 영상디자이너, 김미정 의상디자이너, 조윤형 소품디자이너, 김유선 분장디자이너, 방한석 기술감독, 김상훈 무대감독 등 한국 관객들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무대를 완성하기 위한 어벤저스 제작진이 한자리에 모여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공연은 오는 10월 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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