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한국현대회화의 흐름을 조망하는 특별 주제 그룹전이 열린다. <현대회화의 모험: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전이 9월 27일 시작돼 내년 3월 2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기획전시실(5층)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급변하는 세상 속 ‘현대미술’의 개념이 무한 확장된 이 시대에, 가장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繪畵)’, 즉 캔버스나 종이 등의 평면 지지체 위에 유화, 아크릴, 수채 등 다양한 물감을 이용하여 작가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구현(묘사)하는 행위가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전시에 참여한 17명의 작가는 미술관 기획전시실 내외부 공간과 로비, 개방수장고 유리 외벽 등 다양한 공간에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이들은 ‘회화’라는 전통적 매체를 창의적인 시선으로 해석하고,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자신들만의 ‘회화’세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그들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중 참여작가인 권순영은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희생양이 된 약자들 즉,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고통과 연민, 그리고 애도의 마음을 다양한 캐릭터들로 형상화한 회화작업을 보여준다. 거대한 무대와 세트장의 풍경과 그 속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모습을 묘사한 박경진의 회화는 그가 생계를 위해 지속하고 있는 영화, 뮤직비디오 세트 조성 아르바이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초현실적인 풍경 속에 세밀하게 묘사된 죽음과 소멸의 흔적을 보여주는 서고운의 회화는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냉철하게 제시한다. 안두진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원리)를 지칭하는 '이마쿼크'라는 단어를 통해 선·면, 색채의 생성원리로만 구성된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풍경화를 보여준다. 안지산은 회화 장르의 고유한 특성인 색채와 물질성, 3차원 이미지의 2차원적인 표현 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눅눅하게 가라앉은 색채와 어두운 그림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모습들이 등장하는 양유연의 회화는 일상의 시간과 공간 속에 감춰진 불안과 두려움, 낯선 감각을 형상화하고 있다. 왕선정은 자신이 경험하고 목격한 다앙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발표한 <에덴-劇> 연작은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자유로운 표현과 원색의 채색 속에 성서의 이야기를 빗대어 가정 속 폭력과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우정수는 수많은 지식과 지혜가 담긴 책 속의 이상들이 현실 속에서 무력화되는 부조리한 시각을 드러내는 드로잉과 회화작업을 시도했다. 전시 부제인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오롯이 단독자로 세상과 마주하는 예술가들의 운명과 자신들만의 ‘회화’세계를 찾기 위해 나아가는 굳은 의지를 상징한다. 당대의 예술가들이 온몸으로 체험하고, 치열하게 표현해낸 ‘세상의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확장될 것이다. 예술가들은 세상의 기준과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향을 설정한 채 묵묵히 나아간다.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은 누구도 도달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어야 한다.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외롭고, 적막하며 좁은 가시밭길이다. 하지만 예술가는 그 길을 주저 없이 선택하고 나아간다. 그래서 예술은 위대한 것이다. 청주관은 이번 기획전시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전시 및 작품해설 정기 설명, 전시 기획자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만남’, 전시 참여작가들이 직접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세한 일정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mca.go.kr)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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