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로봇수술이 도입된 지 햇수로 15년여가 지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로봇수술이 기존 수술처럼 일반화되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15년이 흐른 지금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로봇수술이 활성화되었고, 세브란스병원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2005년 7월 국내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외과적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술한 세브란스병원은 전 세계 단일기관 최초로 2만례 이상의 로봇수술을 시행하며 로봇수술 술기(術技) 및 의료 체제에 있어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세브란스 로봇내시경수술센터 민병소 소장은 바로 이러한 국내 로봇수술의 발전을 견인한 인물로 꼽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술기를 보유한 세브란스 로봇내시경수술센터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이곳을 다른 병원과는 차별화된 로봇수술의 메카로 발돋움시킨 민병소 소장을 만났다.
세브란스 로봇내시경수술센터는 우리나라의 로봇수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우선 단일 의료기관에서는 국내 최다인 8대의 다빈치 로봇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특정 과에 편중되지 않고 외과, 비뇨기과, 심혈관외과,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소아외과 등 여러 과에서 서로 협력하여 다양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로봇수술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래컴퍼니와의 산학협력으로 탄생한 레보아이(Revo-i)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개발된 이 수술 로봇은 2017년 3월에 임상시험을 종료하는 등 만족할 만한 성과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술 로봇 개발을 위한 산학협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세브란스 로봇내시경수술센터 민병소 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를 가지고 더 고난이도 수술을 할 수 있게끔 임상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다방면에 걸쳐 끊임없이 노력을 이어온 결과 세브란스 로봇내시경수술센터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최근에는 외국인 환자들에 대한 로봇수술 치료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며,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등 로봇수술에 관한 공동 협업을 원하는 기관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의 어려움, 로봇수술로 해결 그는 세브란스 로봇내시경수술센터 소장임과 동시에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이기도 하다. 특히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로서 로봇수술을 대장암에 적용하여 최고의 결과와 성적을 기록했다. 현재 민병소 소장은 그간 축적한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약 500여 회에 달하는 로봇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장암 관련하여 로봇수술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분야는 아무래도 직장암입니다. 대장은 직장과 결장으로 나뉩니다. 직장은 항문 바로 위의 장입니다. 직장암은 전체 대장암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직장암은 1980년대까지는 국소재발 확률이 30% 이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 미만으로 재발 확률을 낮췄습니다. 과거에는 개복수술을 진행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복강경 수술을 한 까닭입니다. 문제는 직장암 수술의 경우, 복강경으로 수술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직장은 골반 안에 있습니다. 사람 골반은 굉장히 좁은 공간이고 깊습니다. 여기에 더해 암이 항문에 가깝게 위치할수록 그 깊이가 더 깊어져 수술하기 어려워집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로봇수술입니다. 이를 통하면 어려운 수술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수술의 질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복강경 수술은 장점이 많다.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빠른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복강경 수술은 의사의 오랜 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복강경 수술이 손에 익으려면 수년이 걸린다는 학계 보고도 있다. 이에 반해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보다 훨씬 수월하게 체득할 수 있다. 수술 로봇은 카메라와 기구의 위치가 눈과 손의 위치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향후 로봇수술이 복강경 수술로 해왔던 많은 수술을 대체함으로써 의료 혁신을 선도해나가기를 민병소 소장은 바라고 있었다.
로봇, 새로운 수술 패러다임 열 것 “수술 로봇은 복강경 수술을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되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 개발되고 있는 시스템은 내시경적인 시술을 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의 몸에 있는 구멍을 통해 내시경이 몸 깊숙이 들어가서 마치 수술하듯이 자르고 꿰매는 것들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현재까지는 개발되지 못했지만 최근 로봇기술이 많이 발전해 이를 수술 로봇시스템과 접목하여 해결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근미래에는 로봇에다가 내시경을 통한 시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결합된 형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현실이 되면 그야말로 새로운 수술 패러다임이 열릴 것입니다.” 민병소 소장은 또한 근미래에 서지컬 네비게이션이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네비게이션이 보편화되어 운전의 애로사항을 덜어준 것처럼 차후에는 수술을 할 때에도 서지컬 네비게이션이 도입돼 수술을 도와줄 것이라 예상합니다. 서지컬 네비게이션은 수술 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해부학적인 구조를 찾아주거나 혈관을 미리 알려줘서 실수로 다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게 해줄 것입니다.” 아울러 민병소 소장은 데이터 사이언스가 수술 로봇시스템에 도입될 것이라 예상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4차산업 혁명의 물결과 맞물려 10년 안에는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것이 상용화되면 인공지능학습을 통해 수술 로봇이 수술데이터 등으로 스스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것처럼 로봇이 수술을 하는 모습을 아주 먼 미래에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민 소장은 예측했다.
다양한 로봇수술 교육을 책임지겠다 지난 2009년 6월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로 국제 로봇수술 트레이닝 센터를 설립했다. 국제 로봇수술 트레이닝 센터는 로봇 기계의 사용법과 기본 술기를 익힐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및 최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외과 의사를 위한 특화된 로봇수술 교육 모듈이 제공되고 있다. “현재 로봇수술 시스템은 결국 외과 의사가 로봇을 활용하여 수술을 하는 것입니다. 즉, 외과 의사가 잘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로봇이더라도 결코 좋은 수술을 할 수 없습니다. 로봇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여러 외과 의사를 교육하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리하여 현재 국제 로봇수술 트레이닝 센터 내 여러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더 많은 외과 의사가 더 좋은 로봇수술을 할 수 있게 교육을 잘해드리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민병소 소장은 산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하여 현재의 로봇수술 시스템보다 개선된 시스템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바로 이것이 세브란스 로봇내시경수술센터의 소장이자 의료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의학 발전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소임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로봇수술의 보험 등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어 로봇수술은 비싸다는 편견이 사라지고 더 많은 이들이 건강을 회복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세브란스 로봇내시경수술센터 민병소 소장. 그의 바람이 이뤄져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들이 로봇수술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되찾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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