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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얼굴은 갔어도 작품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국립현대미술관 명화를 만나다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 2013년 1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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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은 한국 근·현대회화 대표작품을 선보이는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을 지난 10월 29일부터 오는 3월 30일까지의 일정으로 덕수궁관에서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 57명의 수묵채묵화 70점, 유화 30점 등 회화작품 100점을 엄선하여 한국회화의 진수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회화작품을 통해 한국 근·현대 회화 반세기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엄선된 출품작품들은 도전적인 실험정신에서부터 최절정기의 완숙함에 이르기 ㅌ까지 화가들의 치열한 창작의지와 열정을 담고 있으며 관람객들과 함께 희노애락을 나누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20세기 초부터 미술가들은 망국의 설움, 일제식민지, 서구근대체제의 도입, 태평양전쟁,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의 연이은 불행과 독립의 과정, 분단의 상흔, 정치사회적 혼란, 갈등과 같은 복잡다단한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극복해 갔다. 불안전한 시대상황 속에서 미술에 대한 무지와 미술가들에 대한 무시, 경제적인 어려움 또한 미술가들의 시련이었다. 20세기 초 역사의 격랑 속에서 그들은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미술활동을 펼쳐나갔으며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예술가로서 자긍심을 지니고자 노력했다. 전시에 출품된 100점의 대표작들은 작가들의 꺼지지 않은 예술혼의 결실이자 한국 근·현대시기의 여정을 함께 걸어온 동반자이기도 하다. 작품을 수집, 보관, 관리해온 작가, 개인소장가, 소장기관 등의 노력으로 인고의 세월을 살아남은 작품들은 현재까지 우리에게 20세기의 정신과 삶을 오롯이 일깨워 주고 있다.
전시는 크게 1부~4부로 구분된다. 제1부는 1920~1930년대로 ‘근대적 표현의 구현’을 주제로 하고 있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의 급변하는 사회변혁과 여러 경로를 통한 외국문화의 유입에 의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서구적인 미술의 도입은 회화분야에 있어 고희동이 1915년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후 본격화 되었다. 당시 미술가들에게 미술이란 유채, 수채 등의 재료, 기법과 양식, 전통적인 서화관과는 다른 조형방식, 그림을 다루고 감상하는 방식, 전시회를 비롯한 대외적 활동, 감상자들의 감상활동 등 여러 가지 면에 있어서 이전에는 전혀 접하지 못한 새로운 과제였다. 또한 1920년대 후반부터 점차 표현주의, 추상미술, 전위미술 등을 시도하면서 1930년대에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다루려는 경향이 등장하고, 독창적인 그림을 그리려는 노력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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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는 1940~1950년대로 구분하고 있으며 ‘새로운 표현의 모색’을 큰 주제로 한다. 1940년대 초 전쟁의 여파로 화가들은 전시 체제 하의 시각매체에 동원되거나 그와 반대로 저항의 태도로서 침묵하고 그림을 그만두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1945년 광복 이후 급변하였다.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본의 영향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미술계 역시 일본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바뀌게 되는 가운데 작가들은 저마다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게 된다. 더욱이 1946년 이후 서울대를 비롯하여 여러 미술대학이 설립되어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한 예술가들이 교수진으로서 후학을 양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들과 그들의 제자들은 광복, 식민잔재의 청산, 좌우 이념의 대립, 한국전쟁, 냉전, 전쟁을 통한 분단 등 격동의 시기를 경험하면서 사실주의 양식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다.
여기에는 억눌렸던 개인의 내면에 대하여 성찰하고 이를 표출하려는 창작태도가 되살아난 점도 일조하였다. 광복 직후 사회적 혼란기와 한국전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가들은 작업 활동을 지속하고자 노력했다. 또 피난생활 중에서도 전시회가 지속적으로 개최되었다.  이어 제3부 ‘전통의 계승과 변화’ 제4부 ‘추상미술의 전재’로 이어지며 펼쳐지는 주옥같은 작품들이 한국미술의 지난 시간을 설명해 주고 있다. 한편, 전시기간 동안 전시 연계 강연, 큐레이터 설명회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전시연계강좌는 일반인 및 전문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을 기념하여 열리는 이번 한국 근·현대회화 대표작품 100선은 근래 보기 어려운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로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보고 넘어가야 할 좋은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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