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팔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세상에서 과연 이보다 달콤한 제안이 또 있을까. 기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부자가 되기 위하여 그림자 따위 기꺼이 팔 의향이 있을 것이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이 거래가 한 인간의 삶을 한순간에 어떻게 바꿔버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페터 슐레밀은 회색 양복을 입은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팔고 그 대가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고 결국 도시에서 추방당한다. 페터는 정상적인 사회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되찾아야 함을 깨닫는다. 이때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 그림자를 되돌려주겠다며 페터에게 두 번째 거래를 제안한다. 원작 소설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자기기만으로 인한 비인간성을 비판하고 있다. 1814년 발표된 작품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2020년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그만큼 원작은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와 텍스트의 힘을 자랑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대본은 올 3월 열린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극본상을 수상한 정영 작가가 맡았다.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정영 작가는 그동안 연극 <알앤제이>와 뮤지컬 <국경의 남쪽>, <용의자 X의 헌신>, <신과 함께-저승편>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 대사와 가사로 캐릭터의 내밀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시에 서사를 놓치지 않으며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로 정평 난 그가 선보인 페터 슐레밀의 새로운 이야기는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처럼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페터 슐레밀이 그레이맨에게 그림자를 팔고 난 뒤의 이야기인 만큼 페터가 이야기의 전반을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터 슐레밀은 그림자를 팔아 끊임없는 부를 창조해내는 마법 주머니를 얻어 찰나의 행복을 느끼지만 곧 그림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환대받을 수 없는 절망을 느끼게 된다. 페터 슐레밀 역에 도전장을 내민 양지원, 장지후, 최민우는 그동안의 작품 활동을 통해 얻은 여러 장점을 살려 캐릭터를 완성했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오루피나 연출은 “어떤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건 아니다. 우리가 세상에 속하기 위해 욕망하고 집착하기보다는 옳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오는 2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성우 기자 [사진 제공=알앤디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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