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 칸딘스키는 20세기 현대회화의 장을 연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와 함께 20세기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하나로 불리는 화가이자 예술이론가이다. 그는 모든 대상에서 탈피한 완벽한 ‘추상’을 정립하였다. 칸딘스키에게 예술가는 본질을 찾기 위해 자신이 다루는 도구를 잘 알아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 신념을 근거로 그가 선택한 도구는 가장 기본적인 회화의 요소인 점, 선, 면이었다. ‘피아노’나 ‘관람객’ 등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의 이미지를 묘사하기보다는 간단한 곡선과 다양한 색채의 점 혹은 커다란 면으로 표현하며 모든 대상이 화폭에서 사라지는 추상 회화로 넘어갔다. “회화도 음악과 같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하며 그는 화폭에 점과 선과 면으로 음악의 리듬을 표현하는 독특한 표현방식이 모든 시대의 예술을 통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음악’은 칸딘스키에게 무한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였다. 자연스레 칸딘스키의 예술은 음악으로 확장되어 다양한 예술 장르의 융합으로 이어졌다. 전시 <칸딘스키 미디어아트 & 음악을 그리는 사람들>은 미술과 음악의 융합을 끊임없이 추구하였던 칸딘스키의 예술 이론을 2020년에 적용하기로 했다. ‘미술과 음악의 콜라보레이션’을 테마로 세종미술관 1관은 ‘칸딘스키’에 초점을 맞춘 ‘뉴미디어 아트 전시관’으로 꾸며지고, 2관은 ‘음악을 그리는 사람들’의 테마로 대중음악을 그리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우선 ‘칸딘스키와 뉴미디어’를 주제로 하는 세종미술관 1관에서는 칸딘스키의 대표작 중 <Composition VIII (1923)>와 <Yellow-Red-Blue (1925)>가 해체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비디오아트 섹션을 가장 먼저 거치게 되는데, 관람객은 이 과정에서 1920년대 칸딘스키의 작품이 현대 기술을 만나 어떤 새로운 특성의 이미지가 되는지 시각과 청각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 이후 1969년 칸딘스키 회고전 포스터와 판화 등의 아카이브와 디지털 프린팅으로 재현한 13점의 원화들을 통해 미술사적 관점으로 칸딘스키의 예술 이론을 이해한다. 칸딘스키의 작품을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이제 체험하고 심화할 시간이다. ‘김소장 실험실’의 <무대 2020>은 칸딘스키가 1928년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곡을 위한 무대를 제작했을 때 남겼던 에스키스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또한 ‘오순미’의 <봉인된 시간_과거>는 거울로 제작된 작품 속으로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LED 전구로 구현된 칸딘스키의 색감들을 몸소 느끼며 체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폭 12M, 천고 6.6M의 대형 미디어 룸에서 상영되는 칸딘스키와 무용, 현악의 중첩이 이루어진 미디어 아트 작품 <칸딘스키의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에서는 클래식 전문가들에게도 어렵고 힘든 연주로 손에 꼽는 쇤베르크의 현악사중주 2악장을 정가영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의 지휘 아래 감상할 수 있으며,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선율 안에 녹아 든 현대 무용수의 몸짓이 칸딘스키의 작품 위에 오버랩된다. 또한 본 전시에서는 ‘음악을 그리는 사람들’을 주제로 일러스트레이터 ‘콰야’의 밴드 잔나비 커버 앨범 14점과 음악을 주제로 한 신작을, ‘정상윤’의 과감한 컬러로 재해석한 칸딘스키의 초상화 등을 선보인다. ‘스팍스에디션’은 장범준, 10cm, 로꼬 등의 아티스트와 작업한 아트웍 뿐만 아니라 칸딘스키의 청기사파 시절을 연상시키는 입체 작품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음악을 그리는 사람들을 보았다면, 미술을 음악으로 표현한 <빛의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다. 기획자 유유진은 뉴미디어 영상제작자 ‘모션플랜’과 협연해 음악의 선율에 맞게 움직이는 빛의 점, 선, 면의 미디어파사드를 제작했다. 그 위에 ‘유진 박’의 즉흥 연주곡을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어두운 전시장에 반사되는 점, 선, 면들의 움직임과 함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의 선율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라는 평이다. <칸딘스키 미디어아트 & 음악을 그리는 사람들>은 오는 3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개최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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