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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함과 이별하면 보지 못한 게 보인다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 사비나미술관 | 2020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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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신년특별기획전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는 21명의 예술가가 창작에 영감을 주는 최초의 이미지를 발견한 생생한 순간과 그 특별한 발견을 실행으로 옮겨 창의적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통합과정을 살펴보는데 초점을 맞춘 전시다. 최초의 발견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발견의 의미는 무엇인지, 뜻밖의 발견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작품으로 완성되었는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로 기획되었다.
창작의 계기가 된 최초의 발견은 뜻밖의 선물(세렌디피티)처럼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세렌디피티적 발견을 창조적 결과물로 전환시킨 대표적 사례로 입체주의 창시자 파블로 피카소의 대표작 ‘황소 머리’(1943)를 꼽을 수 있다.
1943년 경 피카소는 자신의 아파트 주변에서 주워 모은 폐품들을 분류하다가 가죽이 늘어지고 스프링이 없는 자전거 안장과 알파벳 M자 형태의 운전대 손잡이를 우연히 발견했다. 뜻밖의 발견에 영감을 받은 피카소는 이것들을 배열하고 조합해 안장은 황소머리, 운전대 손잡이는 황소 뿔로 변신시킨 신개념의 조각품을 창조했다.
누구나 무심코 보고 지나칠 수 있었던 폐자전거의 자전거 안장과 운전대 손잡이인데도 오직 피카소의 예리한 눈만이 뿔이 달린 황소 머리를 볼 수 있었다. 피카소는 우연한 발견이 위대한 창조로 이어지는 창작방식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20세기 최고의 소설가 중 한 사람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한 새로운 눈은 관찰하는 눈을 의미한다.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어린 아이가 처음 세상을 바라보듯 호기심을 갖고 주의 깊게 대상을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관점의 변화만으로도 친숙한 풍경이 새롭게 보이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세렌디피티적 발견을 창작의 동기로 삼은 작품들은 낯익고 친숙한 것들과 이별하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아름다움의 발견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창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은 아이디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실행’이 더 중요하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재배열, 조합, 결합’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창의적 결과물로 태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신경과학계에서는 인간의 뇌 속에서 아이디어, 발상, 영감, 계획 등이 생겨나는 과정을 ‘부화’에 비유한다.
예술가에게 창의적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예술가들은 ‘유레카’를 외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쳤는가. 우연한 발견이 예술적 발상으로 연결되는 과정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환경적 요건은 무엇인가.
너무나 알고 싶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세렌디피티적 발견을 경험한 참여 작가들의 흥미로운 일화와 사례, 작가노트를 통해 공개된다. 유레카 신화는 창조적 아이디어나 발상이 행운이나 마법, 기적처럼 찾아온다는 선입견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지름길은 없다. 위대한 발견은 관찰, 실험, 연구, 몰입, 인내심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창조적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레카는 영감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최상의 결과물이다. ‘뜻밖의 발견'을 창조물로 변형시킨 78점의 작품들은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는 물론 일반 관객에게도 미학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전망이다.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는 오는 4월 25일까지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최된다. 김성우 기자 (저작권자: 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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