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유아교육을 주로 보육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세월이 흘러 오늘날에는 그 개념이 180도 바뀌었다. 영유아기가 교육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는 관점이 강조되면서 교육의 시점으로 영유아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세계적 추세도 이와 같으며, 더 나아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유치원으로 일원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유아교육의 학문적 발전을 이끄는 광주대학교(이하 ‘광주대’) 유아교육과 김승희 교수 역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일원화가 시급하다는 견해다. 국내 유아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인 광주대 유아교육과 김승희 교수를 겨울비가 내리는 2월 어느 날에 만났다.
광주대 유아교육과 김승희 교수의 이력은 사뭇 흥미롭다. 우선 그는 학부 시절 유아교육을 전공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에서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10여 년 과학 강사로 활동하다가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 유아교육을 전공하였다. 2003년 Indiana University에서 교육학석사, 2008년 University of Florida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년 동안 미국의 어린이집에서 교사 생활을 경험했다. 이렇듯 10년에 가까운 유학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족에 관한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는 김승희 교수는 다문화가족, 조손 가족, 맞벌이 가족 등의 자녀교육 문제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유아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법을 연구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특히 김 교수는 유아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결정하는 유아 참여권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로 지난해 ‘제10회 한국지역발전 대상’을 수상하였고, ‘2020 Innovation 기업&브랜드 대상’ 신지식인으로 선정되며 그간의 공헌을 인정받았다. 저서로는 『내 아이가 공부 못하는 25가지 이유』, 『유아과학교육』, 『영유아발달』, 『유아사회과교육』, 『유아다문화교육』, 『논리와 논술』, 『유아교육과정』, 『유아교육개론』 등이 있으며, 지난달에는 『부모교육』 책을 출간했다.
영유아 참여권 존중의 일상화 “영유아 참여권은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결정하는 의사결정능력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가 이 부분에서 유독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전히 한국사회가 권위주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영유아에게서 심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영유아기부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교육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단순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면서 조리 있게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여 남을 설득시키는 것. 이를 어릴 때부터 교육하는 것이 참여권입니다.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면서 논리적 사고는 물론 언어능력과 사회성도 발달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능력도 향상됩니다. 하지만 유아교사조차 이러한 개념을 모른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교사가 참여권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김승희 교수는 교사들이 문제의식을 느끼는 데 주안점을 두고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교사-유아 상호작용’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비롯하여 ‘숲 체험활동에 참여하는 유아교사의 교사효능감 증진을 위한 교사교육 프로그램’, ‘영재 유아와 일반유아 통합교육을 위한 교사교육 프로그램’ 등이 그 예다. 이 외에도 ‘5E 순환학습모형을 활용한 유아 과학교육 프로그램’, ‘핵심역량 중심 유아 융합인재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여 교사들의 수업역량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이렇듯 반성적 사고를 통한 교사들의 변화와 함께 정부의 정책 변화가 병행된다면 영유아 참여권 존중이 일상화되는 날이 찾아올 것이라고 김승희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김승희 교수 역시 철저하게 학생들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전개하고 있다. “신입생은 워낙 입시교육에 찌들어있어서 수업 태도가 굉장히 수동적입니다. 하지만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넘어가면 학생들도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하고 3학년이 되면 굉장히 능동적으로 수업 참여를 합니다. 그렇게 4년 동안 변화하는 것이죠.” 실제로 광주대 유아교육과는 국공립유치원 임용고시 합격률이 매우 높다. 해마다 15명 정도의 합격생을 배출하며 광주·전남지역 최고 수준의 합격률을 자랑하는데, 이는 능동적인 수업방식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닌다고 김승희 교수는 자신 있게 말했다.
교육과 보육의 일원화가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 유아교육은 아직 공교육으로서 확립되지 못한 상태다. 유아교육의 중요성이 갈수록 주목받는 사회 분위기에서 장기적으로 유아교육은 의무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김승희 교수는 강조했다.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교사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연수가 아닌 실질적인 교사연수를 자주 진행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 사립유치원의 비중이 너무 높은 것도 굉장히 문제입니다. 사립유치원의 비율을 줄이고 국공립유치원의 비중을 높여 궁극적으로 의무교육으로 가야만 유아교육을 바라보는 전체적인 인식이 변화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이고, 유치원은 교육부 소속이다. 이처럼 유아교육이 이원화되어 있는 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는 없다고 김 교수는 단언했다. 그 이유는 단순명료했다. 교육적 관점이 명확한 교육부에서 유아교육을 담당할 때 모든 영유아가 발달에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질이 담보되는 유치원에서 유아들이 교육을 받을 때 아동학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김승희 교수는 반드시 유치원으로의 일원화가 진행되어야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가 있다고 확신했다.
교육의 출발선을 같게 하는 것이 유아교육 “유아교육의 취지는 교육의 출발선을 같게 하자는 것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이미 많은 격차가 벌어지는데, 이러한 차이를 해소하려는 것이 유아교육입니다. 즉, 초등학교 입학 전에 모든 아이를 같은 출발선에 놓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유아교육입니다. 취지 자체가 이토록 혁신적임에도 유아교육으로 사적 이윤만 챙기려는 유치원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유치원 3법도 몹시 어렵게 통과한 것이고요.” 현재 초·중·고만 해도 교사 대 학생의 비율이 거의 OECD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유아교육 분야에서는 여전히 교사 대 유아의 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코 양질의 교육이 탄생할 수 없다. 교사-유아 상호작용을 통해 유아의 전인적 발달이 이루어지려면 교사 대 유아의 비율이 낮아져야 하며,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김승희 교수는 강조했다. “이번 학기에 성인지 감수성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것이 사회적 논쟁거리기도 하지만, 유아교사 대부분이 여성이어서 오히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 같아 연구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사회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만큼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으면 양성평등 교육을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여자다움, 남자다움을 유아에게 강요할 수 있는 거죠.” 이렇듯 유아교사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문제의식을 깨울 수 있는 연구를 준비 중인 광주대 유아교육과 김승희 교수. 유아교육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연구를 지속해서 진행하여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견인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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