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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은 2020년 첫 공연으로 창단 70주년 기념 창작 신작 <화전가>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선보인다. 이성열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하는 이번 작품은 <3월의 눈>(2011), <1945>(2017) 등 지나온 역사를 되짚으며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해 온 작가 배삼식의 신작이다. 전쟁을 코앞에 둔 위태로운 시기를 온전히 서로에게 의지한 채 살아낸 여인들의 삶을 한 가족의 이야기 안에 담아낸다. 산수유에 개나리에 산중 꽃들은 각기 제 빛깔을 내기 바쁜데, 어쩐지 쓸쓸하기만 한 한 집안. 이 집에는 환갑을 하루 앞둔 ‘김씨’가 있다. 흩어져있던 가족들이 김씨의 환갑을 맞아 하나 둘 고향으로 돌아오고, 어느새 집안은 이들의 대화로 온기를 띈다. 세 딸과 두 며느리, 고모님과 집안일을 봐주는 할매, 그리고 그가 거둬 키운 홍다리댁까지. 아홉 여자가 모여 북적거리는 저녁, 아득히 울려오는 종소리를 듣던 김씨는 돌연 성대한 잔치 대신 화전놀이를 가자고 제안한다. <화전가>는 여인들이 꽃잎으로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는 봄놀이에 관해 읊는 노래를 부르는 명칭이다. 1950년 4월, ‘김씨’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한 집에 모인 9명의 여인이 환갑잔치 대신 화전놀이를 떠나기로 하면서 평범하지만 어딘가 먹먹한 하룻밤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좌우익 대립과 이로 인한 민족 내부의 분열이 전쟁으로 치닫던 암울한 현실에서 질기고도 끈끈하게 일상을 이어온 여인들의 삶이 하룻밤 사이의 수다를 통해 촘촘히 펼쳐진다. 역사라는 가장 강력한 스포일러 앞에 서글프도록 담담한 이들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작지 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대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선보여 온 배우 예수정이 환갑을 맞이해 사랑하는 이들과 아름다운 꽃놀이를 준비하는 ‘김씨’로 분하고 전국향, 김정은 등 깊은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함께한다.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을 쓰고자 했다’고 밝힌 배삼식 작가는 <화전가>를 통해 역경 속에서 사람을 보듬어주는 것은 소소한 기억들이라 전한다. 작품은 당대 여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따뜻한 시각과 옛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대사로 사소하고 무의미한 것들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화전가>는 2월 28일부터 3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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