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하지만 그 노동이라는 것은 막연히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은 인간이 가정을 꾸리고 세상사를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희로애락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결수 작가가 노동의 효과를 주제로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펼치는 이유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현대미술 작가 김결수는 삶에 점철된 노동과 그에 따른 효과성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사에 만들어지는 이야기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렇듯 숭고한 노동을 시각언어로 구현해내며 노동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김결수 작가를 만났다.
김결수 작가의 작업은 ‘노동’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고단한 노동의 증거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물론 예술의 가치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김결수 작가는 질퍽한 삶의 애환이 서려져 있는 오브제들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그는 방앗간이 어느 날 화재에 소실되면서 만들어져있는 숯 더미의 나무들,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30년 넘게 사용된 바다의 고기 잡는 조그만 배 하나에 관한 이야기 등을 통해 오브제가 인간들에게 혜택을 주고, 또 활용성을 가지고 저마다의 삶을 꾸려내는 것에 많은 주안점을 둔다. 이처럼 지난한 노동의 흔적을 통하여 고단한 우리네 삶을 위무하는 김결수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대학 미술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대구, 부산,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서 개인전 24회 및 다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한국미술협회, 대구미술협회 등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커피를 마시면서 전시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문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손때 묻고 수많은 이야기 얹힌 오브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배움의 자세로 여러 작업을 해오다가 오브제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오브제는 그 자체로 현대미술에 있어서 굉장히 자유분방한 작가로서의 정신이자 새로움의 창출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방위적인 오브제가 갖는 중요성을 깊이 깨달은 그는 점차 이것에 집착하게 됐다. “오브제를 찾을 때는 삶의 애환, 질퍽한 이야기들, 기쁨보다는 슬픔이 있는 특별한 사연에 초점을 맞춥니다. 또한, 슬픔을 작가가 의도성을 가지고 작업화하여 그 사람과 당장 관계성은 없지만 기쁨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작가가 만든 결과물들은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타인들은 이를 통해 감명받게 됩니다. 이렇듯 저는 사람의 손때가 묻고 인간사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얹힌 오브제를 찾는 것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합니다.” 김결수 작가의 작업은 장시간 누군가의 노동 도구로 사용되다가 효용 가치를 다해 버려진 사물을 찾는 수집과정과도 같다. 특정 도구를 사용하여 이익을 얻고, 그 이익이 이타적인 효과로 이어진 도구들이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된다. 결정적으로 그 도구는 가족을 비롯한 타인의 삶을 위한 이익 창출에 활용된 노동의 도구일 때가 많다. 요리에 사용된 도마, 해체된 집의 구들장과 서까래, 버려진 배, 깨어진 가마솥, 방앗간 기계, 네온사인 등은 모두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하여 노동이 투입된 도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발견된 도구들은 김결수 작가의 손길을 거쳐 비로소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바로 이 지점이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노동력이 가미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김결수 작가는 사연이 있는 물건에 그만이 지닌 이야기를 접목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즉, 과거의 콘텐츠에 그의 감수성과 노동력이 더해지면서 시간이 단절되지 않고 미래로 이어지며, 가족의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던 도구를 통해 숭고한 노동의 효과를 재인식하게 한다.
뚜벅뚜벅 사심 없이 나아가겠다 최근 그의 작업방식에 변화가 나타났다. 노동에 사용됐던 도구 대신 자연적인 산물들로 영원한 순환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갤러리 오모크에 출품한 바 있는 거대한 사각 흙 큐브 작품부터 7월 우제길미술관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 역시 볏짚을 활용했다. 즉, 그는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며 세대를 이어가는 인간의 순환을 흙으로 표현한 동시에 죽은 볏짚으로 생명을 발아하며 영원한 순환과 더불어 ‘노동, 효과’에 층위를 더했다는 평이다. “저는 예술가와 시지푸스 사이에 어떠한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지푸스라는 사람은 잔머리에 의해 벌을 받습니다. 바윗덩어리를 산 위에 올려놓으면 내려오고, 또 그것을 다시 산 위에 올려놓으면 내려오는 벌을 평생 받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작가들도 그러한 자세로 사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작업이라는 것이 제가 당장 밤낮으로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결과물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말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므로 그저 뚜벅뚜벅 사심 없이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기나긴 겨울이 지나 결국 봄이 오듯이 국가적인 재앙인 코로나 시국이 하루빨리 지나가고 작가들이 다시금 정상 궤도에 진입했으면 한다는 김결수 작가. 시지푸스의 마음으로 뚜벅뚜벅 사심 없이 작품활동을 우직하게 펼쳐나가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