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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은 기획전 <그것은 무엇을 밝히나>를 9월 22일부터 12월 27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 내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그것은 무엇을 밝히나>에서 ‘그것은’ 빛 그리고 ‘무엇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대,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 의식, 관념 등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존재와 인식의 근원이자 깨달음, 희망을 상징하는 빛이 대상을 어떤 시각과 입장으로 어떻게 ‘밝히나’라는 물음을 던진다. 전시에 참여한 7개국의 동시대 작가 10인의 이 빛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을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총 20점의 작품에 담았다. 작가들이 제시하는 다층적인 빛의 의미는 관람객들의 다양한 해석과 만나 새로운 의미로 변화하는 상호과정을 만들어 낼 것이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 ‘시공간을 확장하는 빛’은 빛과 시공간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경험들에 대해 탐구한다.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검은색 화면과 빛으로 가득한 공간이 교차된 전시장은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순간 시간을 잊게 만드는 비현실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1부에 참여한 작가들은 빛이 만들어낸 확장된 세계를 다양한 관점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피터 무어(1932~1993)의 <필름을 위한 선>은 1965년 <뉴 시네마 페스티벌 I>에서 백남준이 자신의 작품 <필름을 위한 선>(1965)을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하던 뒷모습을 찍은 사진 작품이다. 백남준의 작품은 빈 필름이 무한 반복되는 영상으로 관람객은 어떠한 이미지 없이 오직 먼지와 긁힌 자국 등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피터 무어의 사진 작품에서 33세의 젊은 백남준을 만날 수 있다. 우종덕(1969~)의 영상 <디지털을 위한 선>(2020)은 백남준의 <필름을 위한 선>(1965)을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내러티브로 구성한 작품이다. 작가는 1960년대 아날로그 시대와 2020년 현재 디지털 환경을 비교하면서 급격한 속도로 변화하는 미디어에 대한 가치와 개념을 살펴본다. 호주 출신 작가 이안 번즈(1964~)의 <왓 마잇 비>(2011)는 전구 안 필라멘트가 특정 단어를 전시장 벽에 맺힐 수 있게 한 설치 작품이다. “발견했다” 또는 “찾았다” 또는 “알아내다”라는 의미가 같은 세 개의 단어가 일정한 리듬에 맞춰 변화하면서 전시장 벽에 점멸한다. 이 작품은 빛을 매개한 언어유희를 보여준다. 2부 ‘사유의 매개로서의 빛’은 어두운 곳을 비추는 도구로서의 빛을 넘어 인간의 사유를 이끌어내고 정신적 고양을 불러일으키는 데 빛을 사용한 작품을 소개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빛은 명상의 매개로 사용되며 작가들은 눈에 보이는 빛의 영역을 넘어 우리의 곁에 존재하거나 느낄 수 있는 파동으로서의 빛을 소재로 빛의 근원적인 성격에 관한 주관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싱가폴의 작가 던 조이 렁(1965~)은 자폐증 증상에 관한 연구를 해오며 그들이 현실에서 겪는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작업으로 보여준다. 감각의 평형이 중요한 자폐증 증상을 가진 이들에게 <클레멘트 스페이스 @ 수원>(2020)은 편안한 쉼터를 상징하고 <시드니 후각지도>(2017)에서는 이들에게 과도한 자극이 되는 거리의 인공조명을 영상에 담아 개인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빛을 살펴본다. 박기원(1964~)의 <밤공기>(2020)는 달 밝은 밤, 자연 속 고요하고 적막한 밤 풍경의 아늑함을 절제된 형식으로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LED 조명과 비닐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공간은 관객의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향하게 해 깊은 명상으로 이끈다. 3부 ‘공동체 메시지를 전하는 빛’에서는 공동체의 염원이나 기원, 혹은 제의적인 의미를 담아 빛을 사용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도심의 넓은 광장에서 많은 사람이 든 촛불이 모여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듯이 작은 등불은 희망과 기원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종교에서도 불빛은 희생, 구원 등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작가들은 각자가 직면한 정치사회 현실을 작은 불빛을 이용하여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필리핀 작가 마르타 아티엔자(1981~)의 <상태방정식 I [SUMA ver.]>(2020)은 영상 및 설치 작품으로 인공적인 환경 변화에 의한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비틀어 보여준다. 수질 정화 식물인 맹그로브 나무가 마치 수면 위에 떠 있는 듯 기계 장치에 의해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빛의 파장은 인간이 자연에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을 은유한다. 정정엽(1962~)의 <3만개의 별-제주 4.3>(2020)은 제주 4.3 사건 배경으로 한다. 작가는 1947년부터 1954년까지 그 당시 제주 인구 10퍼센트에 해당하는 3만 명의 희생자에 대한 기록을 캔버스에 담았다. 작은 콩 또는 팥과 같은 점들은 마치 생명처럼 빛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검은 캔버스는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해 하늘의 빛이 된 희생자 3,806명에 대한 기원을 어둠으로 남겨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빛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개인과 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려 새로운 의미를 가진 모습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미술관 관계자는 밝혔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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