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한순간도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건축도 먹고 살기 위해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적당히 때가 묻은 상태로 건축을 하다 보니 오히려 저희의 소박한 작은 신념을 계속 끌고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는 적당히 탁한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주거 퀄리티를 올리는 정주성 높은 집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자본주의로 점철된 이 시대에 과연 ‘순수’라는 단어가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까. ㈜해담건축사사무소·해담건축CM(대표 안태만·송정한, 이하 ‘해담건축’) 역시 자신들이 결코 순수하지 않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들은 조금은 때묻은 상태에서 건축을 해오니 오히려 ‘집의 정주성’이라는 신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미약하게나마 정성을 더 기울여 집의 정체성을 높이며 주거환경문화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 ‘젊은 건축 집단’ 해담건축 안태만·송정한 대표를 만났다.
해담건축은 공간기획과 디자인, 가구디자인, 건축시공, 소규모 건축CM, 건축물 자산관리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활동해 나가고 있는 젊은 건축 집단이다. 2014년 해담건축을 설립한 안태만·송정한 대표는 동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선후배이고, 지역주의 건축에 관심이 많아 한옥문화원 전문인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 동국대 건축과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이들의 주요 프로젝트로는 원주타운하우스 <루이제빌리지>, 용인 <연미재>, 인제 <파우재>, 창원 <플래츠나인>, 이화여대 오피스텔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다수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그리하여 2019 창원시 건축대상제 본상, 2020 한국목조건축대전 본상 수상 등의 영예를 얻으며 그 경쟁력의 기반을 마련해 가고 있다.
잡식성 건축 장인집단 이들은 해담건축을 ‘잡식성 건축 장인집단’이라고 정의한다. 기존 건축사사무소들이 ‘설계’에 포커스를 맞춰 일을 진행했다면 해담건축은 설계는 물론 소규모CM, 공간디자인, 임대자산관리 등을 총망라하기 때문이다. 즉, 건축의 전 영역을 다루고 있는 해담건축은 그야말로 잡식성 건축집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담건축은 잡식성 건축 장인집단인 만큼 건물이 세워지기 전 기획과 디자인을 비롯해 시공과 사후관리까지 전담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른바 ‘건축물의 생애주기’를 건축가로서 전체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하며 함께 호흡해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디자인과 시공, 건축주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건강한 건축을 추구하겠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집은 단순한 공간이었다면 오늘날은 라이프스타일을 통째로 담은 곳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해담건축의 소규모CM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해담건축은 집을 지을 때 비단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디자인, 공간 배치 등 종합적인 이해도를 바탕으로 건축물의 생애주기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를 책임지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안태만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국내 주택의 다수인 다가구&다세대 건축물류에 관한 건물 생애주기까지 관리하여 확고한 중간 영역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그럼으로써 CM과 공간 디렉팅, 플랫폼의 중요성을 업계에 더욱 알려 나가는 것은 물론 건물 생애주기에 대한 업계의 인식 변화를 이끌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살기 좋은 집의 감성을 위하여! “저는 결코 대단한 건축가가 아닙니다. 세계적인 반열도 아니고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저 자본만 탐닉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 꿈은 중용적 헤비타트입니다. 마치 재능을 기부하듯이 설계비를 조금 덜 받더라도 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프로젝트는 하나라도 실현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바로 휘경동 <해담하우스> 프로젝트다.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등 학생들의 조금 더 나은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안태만 대표는 현장에 무려 40번을 찾아가면서 정성을 기울였다. 이러한 그의 정성으로 탄생한 해담하우스는 학생들의 편안한 쉼터로 자리매김했으며, 이곳의 건축주 역시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며 임대료를 단 한 번도 올리지 않으며 상생하는 주거문화를 견인하고 있다. “앞으로도 집의 정주성을 높이는 일들을 조금씩이라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이러한 행위가 하나씩 하나씩 모이다 보면 쪽방살이하시는 분들의 문을 바꿀 수도, 벽지 페인트를 다시 칠할 수도, 화장실 타일을 바꿔줄 수 있습니다. 그럼 그분들의 삶은 그것만으로도 확 달라집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가인 김중업 건축가는 “집이란 어드메 한구석 기둥을 부여잡고 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명심하고 인간에게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는 건축을 지향하는 해담건축 안태만·송정한 대표. 그들과 같은, 꿈을 꾸는 젊은 건축가들의 노력이 켜켜이 쌓여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이 조금씩 개선돼가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