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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가 아닌 그래피티 아트

P/O/S/T | 2021년 04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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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잠실 롯데월드 몰 지하 1층에 새로운 문화예술복합공간 P/O/S/T가 공개되었다. P/O/S/T는 소비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는 MZ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1년 동안 정기적인 콘텐츠의 변화를 주며 온라인으로는 대체 불가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STREET NOISE>는 이 공간에서 진행되는 첫 번째 특별 전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10인의 작품을 비롯해 개성 있는 국내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기대를 모으며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영상, 설치물, 공간 연출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STREET NOISE>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단순한 낙서를 넘어서 하나의 장르가 된 그래피티를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관람객들은 실제 그래피티 아트가 발전한 미국의 사우스 브롱스를 연상시키는 거리 연출과 특성을 최대한 살려 설치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CLASSIC>, <POSSIBILITIES>, <POP ART>, <ZEVS>, <SOCIETY> 등 5가지 SECTION과 <SPECIAL SECTION>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전 세계 아트씬에서 각광받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그래피티 아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나 볼 수 있다.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주로 빠른 작업을 위해 순식간에 마르고 덧칠할 수 있는 스프레이와 형태가 제작되어 있는 스텐실을 이용해 작업하였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가장 실용적이자 기초적인 이 두 재료를 능숙하게 다루며, 그래피티 문화가 발전하는 데 기여한 크래쉬(Crash)와 닉 워커(Nick Walker)의 작품을 통해 그래피티 세계의 초창기 감성을 전한다.
두 번째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는 존원(JonOne)과 라틀라스(L’atlas)는 그래피티 장르의 초기 개념인 태깅을 고수하면서도 디자인을 더해 자신들만의 감각으로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존원은 그래피티를 캔버스 안으로 들여와 순수예술 영역으로 다루었고 도시의 움직임, 색감, 에너지에서 영감을 받은 추상적인 화면을 보여주어 그래피티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례가 되었다. 라틀라스 역시 자신의 작업을 캔버스부터 도심 광장까지 다양한 지지체에 반영하며 미로 같은 복잡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삶의 방향성에 의문을 던지며 철학적 사유를 시도한다.
팝아트가 당대의 소비사회와 매스미디어를 보여주었던 것처럼 그래피티 아티스트들도 자신들을 둘러싼 사회문제와 매스미디어를 적극적으로 가져와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 섹션에서 볼 수 있는 크래쉬(Crash), 퓨어 이블(Pure Evil), 페닉스(FENX)는 팝아트의 시각적인 요소를 반영하여 예술과 일상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제우스(Zevs)는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밤, 문득 창밖의 수많은 광고판 속 로고를 보고 흐르는 빗줄기에 영감을 받아 <Liquidated Logo> 연작에 착수하게 된다. 익숙한 브랜드 로고에 자신의 시그니처인 흘러내리기 기법을 접목한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시각적인 재미를 주지만 작가의 의도는 사실 시사적이다. 제우스는 우리 주변을 점유한 거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상업주의에 점철된 사회를 재고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는 자신의 작업 대부분에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이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며 대중들이 주변 환경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그래피티가 사회에 반항적인 반달리즘을 표상해왔던 것을 벗어나 대중을 이끄는 프로파간다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회 고발적 성격은 퓨어 이블(Pure Evil)의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모든 인간은 순수하지만 악한 모습이 있다는 믿음으로 퓨어 이블이라는 가명을 만들었고, 인간의 악한 본능에 대한 고민을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다섯 가지 섹션 외 <SPECIAL SECTION>을 통해 국내 아티스트 노브라(N5BRA), 마우즈(MAWZ)의 특별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코로나 시대를 반영한 아티스트의 대형 작품을 통해 현재와 미래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STREET NOISE>는 단순한 낙서를 넘어서 하나의 장르가 된 그래피티를 소개하며, 다양하게 연출된 작품들을 통해 팝아트 이후 미술계를 선도하고 있는 그래피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13일까지 진행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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