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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역사 속에 숨어 있던 ‘정약전’과 ‘창대’라는 인물과 그들의 관계를 조명한 <자산어보>에는 기존 사극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준익 감독은 “이질적인 관계가 동질화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벗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전하며 신분도 지향점도 달랐던 ‘정약전’과 ‘창대’가 그려낼 영화 속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명망 높은 사대부 집안의 학자 ‘정약전’은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상을 지닌 인물이다. 유배지 흑산도에서 정형화된 학문적 수양보다 명징한 사물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는 ‘정약전’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지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한다. 특히 민중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어류학서를 집필하기 위해 섬 청년 ‘창대’에게 서로가 가진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는 ‘정약전’의 모습은 당시 신분 질서가 강했던 사회에서 그가 가졌던 열린 사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나라가 요구하는 질서에 순응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는 ‘정약전’은 여타 사극에서 표현되는 학자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모습으로 현시대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한편 흑산도에서 나고 자란 ‘창대’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청년 어부다. ‘창대’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고 섬에서 힘겹게 서적을 공수해 읽으며 흑산도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는 것을 꿈꾼다. 또한, 그는 사학죄인인 ‘정약전’을 멀리하려는 고지식한 성정부터 관아의 수탈로 고통받는 섬 주민들을 위해 앞장서서 관리를 찾아가는 배포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다. ‘정약전’과의 만남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 성장하는 ‘창대’의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입체적으로 표현되며, ‘정약전’ 캐릭터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된다. 이처럼 <자산어보>는 여타 사극 작품에서 묘사됐던 정통적인 양반과 평민의 이미지와 확연히 다른 ‘정약전’과 ‘창대’의 모습을 통해 개성 강한 두 캐릭터가 만들어낼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로 다른 신분과 가치관으로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이 서서히 가까워지는 과정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묵직한 영화적 울림을 전한다. 3월 31일 개봉.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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