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3층, G&J 갤러리에서 김동석 작가의 개인전 '석과불식(碩果不食)-숲을 꿈 꾸다'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의 의미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김동석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의 작품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는 것은 물론 작품세계의 변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또한, '석과불식(碩果不食)-숲을 꿈 꾸다' 전시는 씨앗을 소재로 한 다양하고 대표적인 작품 40여 점을 선보이며 그동안 김동석 작가가 추구했던 철학과 조형 의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이다. 추운 겨울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뒤 새로운 생명이 재탄생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 코로나 시국으로 유독 힘든 관람객에게 큰 위로를 전하고 있는 김동석 작가를 만났다.
김동석 작가는 전라남도 순천 출신으로 지금까지 스물두번의 개인전을 발표한 중진 화가다.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와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199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어머니의 땅, 길, 씨앗 등의 주제를 선보여왔으며, 일관된 주제 의식과 다양한 변주의 조형성이 돋보인 작품을 창작해왔다. '석과불식(碩果不食)-숲을 꿈 꾸다' 전시 또한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지만, 종전의 회화 혹은 조각적 회화와 함께 설치작품이 곁들여졌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획득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설치작품 석과불식은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이는 그동안 김동석 작가가 추구했던 조형 의지의 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32회의 아트페어와 600여 회의 기획초대전 및 단체전에 참여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동석 작가는 삼육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백석예술대학교,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후학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새 생명이 재탄생하는 희망의 메시지 담아
석과불식은 <주역>에 나오는 말로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석과는 가지 끝에 남아 있는 마지막 ‘씨 과실’이다. 석과는 땅에 그대로 두어 새로운 싹을 틔워 나무로 거듭나게 한다는 의미다. 이에 석과불식에는 추운 겨울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뒤 새로운 생명이 재탄생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김동석 작가는 강조했다.
“제 작품 속에 항상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씨앗입니다. 저에게 있어 캔버스는 어머니 품이며, 대지의 개념입니다. 농부가 대지에 씨앗을 파종하듯 저는 캔버스에 씨앗을 뿌리며 지금도 그 수작을 하고 있습니다. 즉, 저에게 있어 씨앗은 바로 생명의 소중함과 강인함을 내포합니다. 씨앗이 땅속에서 생명을 부활하기 위해 수많은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데, 봄이 되면 언 땅을 뚫고 올라와 자신의 새싹을 틔우게 됩니다. 작고 여린 새싹이 자신의 생명을 잉태하듯 사람 또한 하나의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도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하여 강인한 의지를 지니고 정진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씨알은 화려한 꽃을 피운 뒤 맺은 열매의 결정체다. 그것이 땅속에 묻히면 몸을 틔우고 싹이 돋아 나무가 된다. 그만큼 씨알은 성장과 발전을 뜻하고,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자신의 몸을 썩혀 생명을 환생시키는 희생정신을 의미한다. 바로 그 점에서 김동석 작가의 씨앗 작업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이타적 문화의 갈망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시각화로 해석할 수 있다.
예술가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겠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때 동기가 50여 명 정도 됐습니다. 그중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몇 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지방 몇몇 대학에서는 미대가 없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이유는 아주 명료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며, 이는 국가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더 좋은 예술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개선되어야 하며, 실질적으로 예술가들의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정책실현도 중요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함께한다면 수많은 예술인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창작활동에 전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될거라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 역시 이와 관련한 사업을 통해 경제적인 이유로 예술가들이 붓을 놓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옛말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다.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에 전념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동석 작가는 30여년 동안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지금도 미래가 두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만큼 화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공이산이라는 말처럼 그 뜻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화가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김동석 작가. 전업 작가로서 창작활동에 더욱 전념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추구하겠다는 김동석 작가가 앞으로도 삶의 목표를 향해 힘차게 정진해가기를 기대해본다. [김이천 미술 평론가 글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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